여기는 푸와족(poowa)의 세상...카프카..kafka...소송...심판..

-1991년 만들어진 영화 Kafka 포스터 -

- 법 앞에서 - 에서는 <소송>의 이런 과정들이 문의 단계마다 거쳐야 하는

문지기로 비유가 되어 있습니다.

문지기는 그가 법으로 들어가는 것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입니다.

그는 그에게 뇌물도 주어보고 그의 벼룩에게까지 아부도 해보지만 결국 법의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곳을 떠나갈 수도 없이 포획된 상태로 죽어갑니다.

죽으면 그의 포획상태는 끝이 납니다.

그래서 문지기도 문을 완전히 닫고는 사라져버립니다.

그는 스스로 죽은 것이 아니라 그런 모든 상황에 의해 죽어가는 것 입니다.

조셉 K가 자신의 체포의 의미를 파악하고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죽음 역시 스스로 죽는 것이 아니라 죽임을 당하는 것이지요.

모든 죽음은 여러 이유들이 작용하여 죽임을 당하는 것이라는 의미겠지요.

시골사람이 그렇게 들어가려고 했던 법은 우리가 파악할 수 없는 삶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조셉 K가 그렇게 벗어나보려고 했던 소송도 우리가 파악할 수 없는 삶이고요.

시골사람이 잘 살다가 법 앞에 오게 된 것은 조셉 K가 서른 되는 생일날

체포를 당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즉 포획상태를 인식하게 되는 시점이나 그 계기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것은 아주 우연히, 어떤 필연성도 없이 찾아 오기에 더 가혹합니다.

시골사람이 법앞에서 문지기에게 애원하고 문지기의 벼룩에게 통사정하는 것과,

조셉 K가 자신의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변호사, 화가, 신부를 찾아 다니며 애쓴 시간은 같은 의미로서,

바로 우리 삶의 과정의 실제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골사람이나 조셉 K나 이미 그런 포획상태에서 벗어 날 수 없으며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상황에 의문을 가지거나 혼란스러워 하거나 서서히 체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골사람도 조셉 K도 죽음으로써 삶이라는 포획상태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지요.

죽음까지도 그들은 포획당해 죽임을 당합니다.

우리는 원해서 태어나지 않았듯 원하지 않아도 죽어야 합니다.

태어나는 시점을 우리 자신이 택할 수 없듯이 누구도 자신의 죽는 시점을 알지는 못합니다.

자살도 그 동기가 어디에 있건 그 동기에 의한 타살인 것입니다.

자연사도 여러 물리적, 내외적 원인에 의한 타살이고요.

이런 시골사람이나 조셉 K에겐 출구가 부재합니다.

어딘에선가 이끌려 와서 어디론가 이끌려 가는 포획상태

그것을 카프카는 삶이라고 파악한 것 같습니다.

카프카가 제시한 죄목은 바로 존재 그 자체입니다.

너무 극단적이라고요.

그의 견해를 잣대로 곰곰히 다시 한번 우리를 들여다보면

그가 얼마나 우리 삶의 상태를 잘 파악해 보여주었나 자꾸만 놀라게 되어버립니다.

설혹 그렇게 여겨지지 않는 독자가 있다면 그는 무척 행복한 분이십니다.

그러나 그런 독자분들도 언제 이런 포획상태를 인식하게 될 지 모릅니다.

인식을 하든 안하든 그런 상황은 이미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전개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정말 카프카의 말이 맞다고 맞장구를 치시는 독자분이시라면,

이런 인간의 현상태를 인정하며 자신의 더 분명한 발걸음을 내 걸을 수 있겠지요.

카프카의 말에 의하면, 아무튼 이 과정은 죽어야 끝나는 과정이니까요...

소년시절 아버지와 함께

카프카의 세자매

법, 소송, 체포...

이 모든 용어들은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상징어들입니다.

체코의 아름다운 도시 프라하에서

정육점집 아들로 고생하며 자란 아버지와 상류 독일계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카프카는 태어납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무척 섬세한 아이였습니다.

다혈질이고 건장하고 공격적이고 생활력도 강한 아버지는 처가의 도움을 받아

프라하시에 장신구점을 열고 밤낮없이 장사에 매달립니다.

어머니도 늘 아버지 일을 도와야 했기 때문에 어린 카프카와

세 명의 여동생들은 유모의 손에서 유년시절을 보내야 했지요.

섬세하고 내향적인 카프카에게 아버지는 늘 강해지라고 닥달하였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위압감에 휩싸여 더욱 움츠러 들었으며,

아주 먼 훗날 실제 편지이자 작품인 무척 긴 70페이지 분량의 편지를 쓰기도 합니다.

"아버지께선 최근에 저에게 물으셨지요.

왜 아버지가 두렵다는 말을 하느냐구요.

그때 저는 평소 늘 그랬듯이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를 모르겠더군요.

그렇게 한마디도 못하고 말았던 까닭은 바로 아버지에 대한 제 두려움 탓이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두려움의 근원을 이루는 갖가지 요인들이 너무 많아

빠짐없이 정리해서 말씀드린다는 게 힘겨웠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이런 식으로도 몹시 미흡한 대답밖에는 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두려움과 그 두려움이 빚어낸 결과들로 인해 저는 글을 쓸 때도 역시

아버지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거든요.

더구나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도 제 기억과 오성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70페이지에 달하는 그의 편지를 받아 본 그의 아버지의 심경이 어떠했을지 궁금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끊임없이 아버지를 닮지 못한 자신에 대해 심한 자괴감을 지니기도 합니다.

자신이 무척이나 싫어하는 어머니를 완전히 자신의 삶에서 배제한 릴케와는 대조적입니다.

카프카는 아버지를 싫어하면서도 그를 미워하지 못합니다.

카프카의 삶 자체가 그러하듯 그는 아버지를 향하려는 마음과 아버지로부터 벗어나려는 마음,

이 두가지 마음 사이에서

평생 많은 괴로움을 겪습니다.

- Kafka의 아버지 -

- Kafka의 어머니-

학교에 들어 간 후로 카프카는 늘 낙방공포에 시달렸지만 그는 무난히 상급학교에 진학을 합니다.

"카프카의 특징을 말하라면 그에게서는 전혀 눈에 띄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늘 깨끗했고 질서가 있었으며 남의 이목을 끌지도 않았고 단정했다.

우리는 모두 그를 좋아했고 대단하게 여겼으나 한번도 마음 깊이 친해진 적은 없었다.

항상 그 어떤 유리벽 같은 것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학창시절의 카프카를 기억하며 한 동창생이 한 말입니다.

대학에 들어간 카프카는 아버지의 요청대로 법학을 공부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학에서 평생의 친구인 막스 브로트를 만나게 되지요.

글을 쓰기 좋아하고 읽기 좋아하며 성격도 활발한 막스 브로트는

숫기 없는 카프카를 문학써클에 가입시키기도 하고 여행을 같이 하거나

영화를 같이 보러 다니며 대학시절을 함께 합니다.

둘은 그 이후로도 평생친구였습니다.

카프카는 41세라는 젊은 나이로 죽음을 맞으며 브로트에게 자신의 원고를

다 태워달라고 유언을 하였지만

브로트는 그의 유언을 듣지 않고 그의 작품을 모두 출판하였지요.

- Kafka의 친구 Max Brood -

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카프카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글쓰기였습니다.

그것도 작가로서 명성을 얻거나 그런 것이 아닌 자신의 존재 전제으로서의 글쓰기였습니다.

그는 글을 쓰기 위해 직장도 시간제 조건부 직장을 구합니다.

그는 노동자 상해보험국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오후 2시까지만 근무를 한다는 조건을 달지요.

그는 그 당시 산업재해를 당하고 오는 노동자들에게

보험금을 산출하는 법률자문 같은 일을 맡고 있었습니다.

하도 많은 노동자들이 프레스기계 같은 것에 손이 잘려 찾아오니까

그는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한 기계를 만드려고 직접 설계를 하기도 합니다.

그 설계도면이 아직도 남아 있고요.

그의 이런 면은 단편 <유형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유형지> 에서는 죄를 지은 사람이 누워 있으면

죄목이 그 사람의 몸에 새겨지는 바늘처형기구를 발명한 발명사령관의 이야기인데요.

거기에 보면 매우 자세하게, 마치 설계도를 그리듯 그 기계장치를 묘사해 놓았지요.

때마침 그 기구를 보러온 법집행관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려다 기계가 작동이 되지 않자

그 발명사령관은 스스로 그 기계밑에 눕고, 곧 기계는 작동되어

사령관자신이 고통을 당하다 죽어가게 되는 다소 끔찍한 이야기이긴 합니다.

그는 그림도 잘 그렸습니다.

일기에도 곧잘 그림을 그려넣었고요.

- Kafka가 일기에 그려 넣은 그림들 -

그는 직장동료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았습니다.

무척 성실했고 따뜻했으며 돈을 빌려주고는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합니다.

그는 직장에서 오후 2시까지 일하고 퇴근하여 잠을 자고는 저녁 때쯤 일어나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한 후 새벽 서너시까지 글쓰는 생활을 오래도록 합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그는 부모님 집을 나와

중세 프라하의 연금술사들이 살던 좁은 골목길에 붙은 작은 다락방을 얻어 생활하면서

글을 무척 많이 씁니다.

- Kafka가 글을 쓰던 책상 -

이 무렵 그는 펠리체 바우어라는 여성과 두 번의 약혼, 두 번의 파혼을 하게 됩니다.

펠리체 바우어는 카프카의 아버지처럼 생활력이 강하고 체격도 건장한 아가씨였습니다.

- F. Kafka와 F. Bauer -

결혼은 앞둔 카프카는 결혼을 하게 되면 글쓰기를 중단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한달만에 약혼을 파기합니다.

그 당시 그의 일기를 보면 그가 그 문제로 얼마나 고통스럽게 고민했는지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3년 후 그는 다시 그녀와 약혼했다가 다시 파혼을 합니다.

그리고 또 율리 보리첵이라는 여성과도 약혼하였다가 파혼을 하지요.

약혼은 두 여성과 세 번이나 했지만 결혼은 한 번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유는 모두 글쓰기를 지속하려는 그의 열망때문이었고요.

또 하나의 이유는 그가 처음 약혼했을 무렵 결핵에 걸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저는 문학 외의 그 어떤 것이 될 수도 없고, 될 생각도 없습니다. 문학은 저 자신인 것입니다."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

"문학과 관계없는 모든 것을 나는 싫어한다."

그의 이런 고백들은 그에겐 곧 글쓰기가 존재의 전제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카프카의 여성관은 독특합니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그러했듯이 그는 여인들을 끊임없이 찾으면서도

또한 끊임없이 그녀들로 부터 도망갔습니다.

-밀레나 예첸스카-

이런 그의 내면을 이해해 준 유일한 여성은 친구의 부인이었던 밀레나 예첸스카였습니다.

그녀가 카프카의 독어작품들을 체코어로 번역하려고 시도하면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녀는 열정적인 성격에 지적 능력도 뛰어난 여성으로 두 사람은 많은 편지를 주고 받았지요.

두사람이 나눈 편지를 묶은 책이 출판될 정도로요.

늘 불안해 하던 카프카는 그녀로부터 많은 정신적 영혼적 안정감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카프카의 병이 심해져 요양을 떠나야 하는 데다가 친구의 부인이라는 점으로 인해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게 됩니다.

그 이후 카프카는 41세라는 젊은 나이로 죽을 때까지 누구에게도

그의 불안한 영혼을 이해받지 못한 채 쓸쓸한 생활을 하게 되지요.

그러나 그런 중에도 그의 글쓰기는 계속됩니다.

요양원에서 알게 된 도라 디아만트라는 여성과 결혼은 안 했지만 그녀의 보살핌을 받으며

그는 병상글쓰기를 계속합니다.

<변신>, <소송>, <성(城)> 등

전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의 이런 작품들은

끊임없는 그의 이런 글쓰기의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작품을 모두 태워 달라고 유언을 했던 것입니다.

그의 이런 유언을 통해 그에게 글쓰기의 의미는 바로 삶 자체였으며

출구부재의 포획상태를 벗어나게 하는 유일한 출구였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의 글형식은 냉정하리만치 명확하고 순수한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묘사되는 내용은 비사실적인 것, 초사실적인 것들로 빚어져 특수한 시공간을 우리 앞에 던져줍니다.

그러나 결국 그 특수시공간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우리의 실존 시공간이었음을 보여주는

마력의 글이지요.

그의 이런 마력적인 글은 카프케스케(Kafkesque) 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독특한 것이었습니다.

카프카다운 어떤 것, 카프카적인 어떤 것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기존의 언어로 표현 할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잠을 잘 수도 없고 깨어 날수도 없고 삶을, 삶의 연속을 견디어 낼 수도 없다.

시계들은 일치하지 않는다. 내부의 시계는 진저리치도록 악마같이, 어쨌든 비인간적으로 몰아치는데

외부의 시계는 쉬엄쉬엄 보통의 속도를 유지한다"

"문학이 주는 묘하고 불가사의한 위안,

어쩌면 해로울 수도,

해방을 안겨줄 수도 있는 위안,

그것은 살인자의 대열에서 뛰쳐나가는 일이며 행위를 관찰하는 일이다."

그가 죽기 얼마 전 남긴 일기글들입니다.

그는 결핵이 심해져 결국 41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아내도, 아이도 없던 그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곤 그의 글들 뿐이었지만

그는 그것마저 태워달라고 유언을 하고 눈을 감습니다.

"인디언이 되었으면!

질주하는 말잔등에 잽싸게 올라타,

비스듬히 공기를 가르며,

진동하는 대지 위에서 거듭거듭 짧게 전율해 봤으면,

마침내는 박차를 내던질 때까지,

실은 박차가 없었으니까,

마침내는 고삐를 집어던질 때까지,

실은 고삐가 없었으니까,

그리하여 눈앞에 보이는 땅이라곤 매끈하게 풀이 깎인 광야뿐일 때까지,

이미 말모가지도 말대가리도 없이..."

- 인디언이 되려는 소망 -

인디언이 되고 싶던 그의 소망은 죽음을 통해 이루어졌을까요...

- 죽기 4년 전 37세의 Kafka -

포획이 느껴지십니까...?

출구는 있으신지요...?

카프카가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머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무엇이라고 답하든 그것은 우리의 자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