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8살이 될 무렵 릴케의 아버지는 그를 소년사관학교로 보냅니다.

자신의 못 다 이룬 장교로서의 꿈을 아들을 통해 이루기 위해서이지요.

어제까지 치마입고 소꼽장난을 하던 릴케는

엄격하고 강도 높은 소년사관학교의 훈련을 받게 됩니다.

그가 겪은 성적 정체성의 혼란이 어떠했을지 궁금합니다.

그는 소년사관학교를 마치고 고등사관학교로 진학을 합니다.

그러나 그만 체력이 따라가지 못하여 아버지의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되고 맙니다.

그는 그런 부모와의 갈등, 원래 예민한 자신의 심성을 고등사관학교시절부터

글에 담아내기 시작하는데요.

사실 그 초기의 글들은 매우 간지러운 글들입니다.

그런 그가 대학에 입학하여 독일의 뮌헨과 베를린을 오가게 되면서 루 살로메를 만나게 된 것이지요



릴케의 연인....살로메.

- 청년시절의 릴케 -

-러시아 시절-

-니체와 살로메-

원래 피에타는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예수를

성모 마리아가 안고 있는 예술작품을 가르키는 용어입니다.

이태리어로 경건한 마음, 경건한 동정이라는 뜻으로

"신이여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기도할 때도 쓰인다고 합니다.

그리스도교 미술에 자주 표현되는 주제로,

보통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의 시신을 무릎에 안은 구도를 특히 이렇게 표현하지요.

가장 유명한 것은 우리가 미술교과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이고요.

그런데 로댕은 이런 구도에서 여자주인공을 바꾸어 조각품을 만들었습니다.

마리아는 마리아인데 성모 마리아가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입니다.

성서에 의하면, 그녀는 일곱마귀에 시달리다 예수님에 의해 고침을 받고

그의 열렬한 추종자가 된 여인이며,

그리스도의 발에 그 비싼 향유를 항아리째 부은 열정의 여인이기도 합니다.

로댕의 조각품을 보면 일단 두팔을 벌리고 숨진 그리스도의 온 몸을 머리를 푼 채

거의 나신인 막달라 마리아가 허리를 완전히 휜 채 부등켜 안고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 A. Rodin:Christ and Mary Magdalen -

로댕의 이 작품을 보고 릴케는 다음과 같이 적어 놓았습니다.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걸린 몸짓으로,

모든 고통의 십자로에 선 이정표처럼 팔을 벌리고,

이 돌(그를 짖누르는 돌로 된 십자가)처럼 그를 능가하여 솟아 있는 운명을 짊어지고 죽어 있다.

그리고 그녀, 언젠가 와서 그의 지칠줄 모르는 발에 향유를 부었던 그녀는

희생이 성취된 지금 다가와서, 이제는 때가 늦어 아무 의미도 없게 된 자기 몸의 애무로

이 버려진 핏기없는 육체를 감싸고 있다.

절망이 엄습하는 가운데 그녀는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그녀는 왼팔로 핍박당한 그의 머리를 받치고 있는데,

그녀는 차마 바라보지 못한다.

그의 얼굴은 그녀의 요동하는 팔 위에서 흘러가는 사물처럼 저 편을 항하고 있고,

반면 그녀는 바람에 나부끼는 불꽃처럼 오른편으로 몸을 구부린 채,

그렇게도 사랑한 육체의 말 할수 없는 고통을 그녀의 조각난 사랑 속에 감싸고 감추려한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애원하는 움직임으로 그를 감싸고 절망의 몸짓으로

그리스도의 고통으로 가득한 심장을 덮기 위해 머리카락을 펼쳤다."

로댕의 조각품을 이렇게 바라본 릴케는 그만의 언어조각을 시작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로댕의 조각품을 릴케가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릴케만의 새로운 피에타가 새롭게 빚어집니다.

그의 시에서는 일단 예수와 마리아의 위치가 다릅니다.

로댕의 조각품은 마리아가 예수의 몸에 매달려 있는 반면,

시에서는 마리아가 예수의 시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먼저 이 시를 읽으면서 독자가 잊어서는 안되는 부분은

이 시가 철저히 마리아의 시각으로 쓰여져 있다는 점입니다.

마리아의 모노 드라마를 보는 것이라 여기면 될 것 같습니다.

1연에서 마리아는 예수의 시신을 보면서, 바로 과거로 빠져듭니다.

그 과거는 그녀가 그의 발을 처음 보았던 그 때이지요.

그녀는 예수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듯,

그와 그녀의 시간이었던 그 때로 빠져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그의 발의 상처는 이미 보이지 않습니다.

그 때 그녀가 그의 발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눈에 그의 발은 젊은 청년의 발이었지요.

그녀가 가슴을 떨며 그의 발을 벗기고 향유를 부은 후,

그녀의 긴 머리카락으로 닦아 주었을 때

그의 두 발은 당황해 하며 서 있었다고 그녀는 기억합니다.

그 당시 풍습에 의하면,

그 지방에 모래먼지가 많아 손님이 오면 발을 닦도록 물이나 기름을 내어 놓는다고 합니다.

그녀는 향유를 항아리째 가져다가 모두 예수의 발에 쏟아부은 여인이지요.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스칠 때 그의 발이

당황하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그의 발이 가시덤불안에 갇힌 하얀 야수같이 보였던 것입니다.

가시덤불, 덤불은 엉켜드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거기에다가 가시까지 돋아 있습니다.

철조망같은 거지요.

그를 가두고 싶은 그녀의 혼란스런 욕망입니다.

이미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갇힐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간파한 모양입니다.

소유라는 자신의 욕망에 가시라는 집착까지 덧붙여 놓은 걸 보면요.

그에게 상처를 입혀서라도 그를 가두려는 그녀의 욕망입니다.

그런데 그는 하얀 야수입니다.

순결하고 순수한 존재이며 어디에도 갇힐 수 없는 살아 있는 야수인 것이지요.

아니면 야수처럼 그가 그녀를 취해주기를 갈망하는 관능적 욕망을 그렇게 표현한 것일까요.

아무래도 그녀가 길들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그녀는 알아차린 것 같습니다.

그녀의 비극의 출발점이 이 지점입니다.

그녀의 이런 바램이 그의 바램과는 어긋나는 듯 1연 각행의 각운은

1행과 3행이, 그리고 2행과 4행이 어긋나는 운, 교차운의 형태입니다.

2연으로 오면서 그녀의 관능적 욕구는 더욱 더 깊어갑니다.

그녀의 시선은 이제 그의 발에서 그의 팔다리로 옮겨 갑니다.

"이렇게 저는 당신의 사랑받은 적 없는 팔다리를 봅니다.

처음으로 이 사랑의 밤에"

여기까지 오면 그녀의 비극적 환상이 어느 정도인지 헤아리기 어려워집니다.

그녀는 아무도 그녀 이전에 그의 정신과 육체를 사랑하지 않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무도 사랑하거나 사랑받지 않은 순결한 영혼과 육체를 그녀는 그에게 기대합니다.

왜냐하면 그녀에겐 이 밤이 두 사람의 사랑의 밤,

처음으로 맞이한 사랑의 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의 입장에 한번 서서 보지요.

오늘은 그에겐 수난의 밤입니다.

예정된 고난이긴 했지만 하늘의 아버지를 향해,

"아버지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 하고 외칠만큼 고통의 극을 넘어선지 얼마 안 된 지금

이 밤 주검으로 방치되어 있는 상태이지요.

그러나 마리아에게 이 밤은 고통이나 수난의 밤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성취될 수 없었던

관능적 욕망이 드러내는 사랑의 밤으로 여겨질 뿐입니다.

"우리는 아직 함께 같이 누워 본 적도 없는데,

이젠 경이로와 지켜볼 뿐이로군요"

그녀는 조금씩 이상하다 여기기 시작합니다.

처음으로 맞이한 사랑의 밤에 왜 그녀는 그를 바라보기만 해야하는지를...

2연도 1행과 3행, 2행과 4행이 역시 어긋나는 각운으로 맞추어져 있습니다.

3연에 와서야 그녀는 그의 상처를 보게 됩니다.

그의 찢기운 손이 눈에 들어오지요.

그런데도 그녀는 다른 생각을 합니다.

자신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가 모두를 위해 죽었다는 사실을 그녀는 믿지 않는 모양입니다.

'나는 당신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 이 이야기입니다.

그의 본질을 그녀는 전혀 몰랐던 것일까요.

그가 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믿지 않은 것일까요.

누누이 그가 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듣고 스스로도 체험했는데 말입니다.

그는 그녀에게 신의 아들이 아니라 그 동네 잘 생기고 멋진 그리고 남을 도울 줄 아는

착한 청년이었던 것일까요.

아닙니다.

마리아가 그런 마을의 평범한 청년을 사랑할 리 만무합니다.

그녀가 그의 본질을 간파하고 있었다는 것은 3연 3행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당신은 심장은 열려 있어, 누구나 들어 갈 수 있군요:

어찌 저만 들어갈 수는 없었던가요."

마리아의 이 독백을 통해 그녀가 신의 아들로서의 그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는 사실과,

그런 신의 아들이었기에 그녀가 그를 사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개 우리는 나에게 그 대상이 특별한 존재로 받아들여져야 사랑하니까요.

그의 열린 심장,

누구나 다 수용하기 위해 열릴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심장,

실제로도 창에 찔려 열린 심장,

그 심장이 열려야만 받아들일 수 있기에,

그리고 열리려면 죽어야 하기에,

죽어야만 받아들일 수 있기에

죽음을 받아들인 그의 심장을 바라보면서

그녀의 소유로서의 사랑은 왜곡의 극에 달합니다.

그리고 그를 원망합니다.

나만 받아들이지...어찌 다 받아들이냐고요...

릴케는 마리아의 입을 통해 그리스도교의 정통성을 그대로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이 시를 두고 불경스런 시라고 섣불리 비난하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는 이 시에서 죽은 시신으로 등장하여,

온 인류를 대신하여 죽어 열린 심장으로 모두를 받아들이는 그 힘든 운명을 잘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그녀의 원망,

나만 들어가고 다른 사람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그의 심장이

마리아가 바라는 심장입니다.

그러나 그의 심장은 마리아를 포함하여 모두를 품어주는 심장이지요.

4연에 오면 이제 마리아는 자신의 이룰 수 없는 욕망을 한번 더 되뇌입니다.

"이제 당신은 지쳤고, 당신의 지친 입술은 제 슬픈 입술에 아무런 욕구도 없군요-."

고통과 죽음으로 일그러진 그의 입술을 보며 그녀는 그와의 입맞춤을 생각합니다.

그의 고통을 감싸주는 그녀의 입맞춤이 아니라, 자신의 입술을 탐하는 그의 욕구를 바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럴 리는 없는 것이지요.

이제 그녀는 처절하게 절규하기 시작합니다.

4연의 3, 4행은 그녀의 절망과 비탄으로 일렁입니다.

"오 예수여, 예수여 우리의 시간은 언제였나요?

어쩌면 기이하게도 우리 둘 다 몰락하는지."

마리아가 바라는 의미의 "우리의 시간"은 전에도 없었고 현재도 아니며 미래에도 없을 것이기에

그녀는 비통합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자신도, 그리고 그도 몰락으로 이끌고 갑니다.

저 깊고 깊은 좌절된 욕망의 나락으로...말입니다.

이 시는 여러가지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조건없이 내어주는 예수의 사랑

즉 신의 사랑입니다.

신의 사랑은 가장 소중한 것을, 즉 목숨을 내어주는 사랑이고, 죽음을 초월하는 사랑입니다.

그리고 열려서 소통하는 관련으로서의 사랑입니다.

마리아의 사랑은 소유와 집착으로서의 사랑입니다.

인간의 사랑이지요.

받으려고 하는 사랑입니다.

가두고 갇혀서 몰락하는 소유와 집착으로서의 사랑인 것입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잣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랑하려는 가엾은 사랑이기도 하고요.

또한 이 시는 사랑이 얼마나 짖궂은 지도 보여주네요.

왜 하필 마리아는 예수를 사랑한 것일까요.

그리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요.

달리 사랑해야 할 신을요.

참 그녀의 사랑도...

마리아의 처절한 비극적 사랑...

릴케는 시종일관 이 작품 말고도 다른 작품에서도

열린 사랑, 관련으로서의 사랑을 많이 그렸습니다.

소유와 집착으로 루에게 상처를 많이 입은 탓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언제 어디서든 미소와 더불어 시작될 수 있는 사랑,

영혼의 빛깔도 알아맞추는 신비로운 교감 사랑,

다른 일체의 것이 필요치 않는 충만한 현재 사랑,

인간을 죽게도 만드는 독한 병원체 사랑,

릴케의 묘비명에 새겨진 대로 '순수한 모순'일까요.....

릴케가 직접 쓴 묘비명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그토록 많은 눈꺼풀 아래

누구의 것도 아닌 잠이고 싶은 마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