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는 내내 조용히 숨죽여 흐느꼈던 영화들이 있다. 결코 짧다고만은 할 수 없는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도 그 영화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일단 울컥이고 만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인간합격>도 그런 영화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그대로 뒤집어놓은 것 같은 제목, 묵묵히 뭔가를 항변하고 있는 듯한 '인간합격'이라는 말. 기요시의 인물들은 무심하달 정도로 결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타인의 얼굴을 맞대고 더이상 자신의 속얘기를 털어놓지 않을 정도의 수치심은 가지고 있다고 했던 오에의 인물처럼. 간혹, 일본에서 오에적 상상력은 어떻게 수용되었는가, 의구심을 갖게 되는데, 구로사와 기요시는 영화라는 매체, 그것도 호러라는 장르에 있지만 오에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숲의 힘 동시에 숲의 폭력을 이야기하는 <카리스마>에서는 좀더 분명했고 다른 영화들에서는 꼭꼭 찝어 이야기하기 어수선하지만 여튼 나는 오에의 흔적들을 본다.
*포스터가 느무 쪼그맿지만, 하단에 나온 아자씨가 <웰위댄스>의 중년남, <우나기>의 이발사 야쿠쇼 코지입니당. 야쿠쇼 코지는 <인간합격> 외에도 구로사와 기요시와 일련의 공포영화를 같이 했는데 어딘가 반듯하고 진중한 그의 면모에 균열이 일고 내재된 어둠이 폭력처럼 분출되는 모습은 대단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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