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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 : |
| 루나 |
2006-11-09 19:53:47, Hit : 7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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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바람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향해
어디서 오시었는지 여쭙지도 말고,
아까부터 펄럭이는 옷깃을 여미어야 하는지 고민치 말고,
그대의 기억 속을 더듬어 그리운 어느 님을 떠올리지도 말고..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
빗방울은 빗방울로.
우는 하늘에게 마음을 주지 말고,
젖는 옷자락을 털어야 할는지 걱정치 말고,
그대의 추억 속의 비 내리던 어느 날을 되새기지도 말고..
빗방울은 그저 빗방울일 뿐.
무거운 침묵이 낭자한 발끝을 내려다 보며
지는 해에 반짝이는 망상의 부스러기들을 감상하자.
기계의 정해진 동작마냥.
감정은 걷어내고 규칙에 따라 숨을 쉬어내자.
깊숙히 들여다 보면 볼수록
손을 뻗어 쓰다듬어 보면 볼수록
상처는 커지고 덧날 뿐.
아무것도 아니라던 여김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게 되나니,
허망한 웃음으로 고요히 토닥이자.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
빗방울은 그저 빗방울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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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
빗방울은 그저 빗방울일 뿐..
이러한 우리 곁을 스치고 휘감는 모든 것을
무심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그렇지.
깊숙히 들여다 보면 볼수록
아무 것도 아니라던 여김도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닌게 되나니..
그저 감상하는 마음으로
고요히 토닥이자..
그렇게 무심으로 가자..
그대 글도, 그림도, 음악도
가슴 촉촉히 스미는 이밤..
글도 그림도 아주 좋아요. .많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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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clair |
2006-11-10 00:57: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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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네 편지가 오지 않아 슬펐다. 하루 종일 적막한 우편함을 쳐다보다가 이내 내 삶이 쓸쓸해져서, <복사꽃 비 오듯 흩날리는데, 그대에게 권하노니 종일 취하라, 유령(劉伶)도 죽으면 마실 수 없는 술이거니!> 이하(李賀)의 <장진주(將進酒)>를 중얼거리다가 끝내 술을 마셨다, 한때 아픈 몸이야 술기운으로 다스리겠지만, 오래 아플 것 같은 마음에는 끝내 비가 내린다.
어제는 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슬펐다. 하루 종일 환청에 시달리다 골방을 뛰쳐나가면 바람에 가랑잎 흩어지는 소리가, 자꾸만 부서지려는 내 마음의 한 자락 낙엽 같아 무척 쓸쓸했다,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면 메마른 가슴에선 자꾸만 먼지가 일고, 먼지 자욱한 세상에서 너를 향해 부르는 내 노래는 자꾸만 비틀거리며 넘어지려고 한다
어제는 네 모습이 보이지 않아 슬펐다, 네가 너무나 보고 싶어 언덕 끝에 오르면 가파른 생의 절벽 아래로는 파도들의 음악만이 푸르게 출렁거리고 있었다, 그 푸른 음악의 한가운데로 별똥별들이 하얗게 떨어지고, 메마른 섬 같은 가을도 함께 뚝뚝 떨어지고 있었는데, 내가 정신을 가다듬고 내 낡은 기타를 매만질 때, 너는 서러운 악보처럼 내 앞에서 망연히 펄럭이고 있었다
어제는 너무 심심해 오래된 항아리 위에 화분을 올려놓으며, 우리의 사랑도 이렇게 포개어져 오래도록 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우젓 장수가 지나가든 말든, 우리의 생이 마냥 게으르고 평화로울 수 있는, 일요일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는 두툼한 외투를 껴입고 밤새도록 몇 편의 글을 썼다. 추운 바람이 몇 번씩 창문을 두드리다 갔지만 너를 생각하면, 그 생각만으로도 내 마음속 톱밥 난로에 불이 지펴졌다, 톱밥이 불꽃이 되어 한 생애를 사르듯, 우리의 생(生)도 언젠가 별들이 가져가겠지만
그때까지 사랑이여, 내가 불멸이 아니어서 미안하다
그때까지 사랑이여, 나는 불멸이 아니라 오래도록 너의 음악이다
루나님, 안녕하세요..
늘 루나님의 글을 읽으며 짧은 코멘트라고 달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표현력이 부족하다보니까 그냥 여러번 읽다가만 가네요..
근데 오래전 메모해둔 이 시가 왠지 그냥 답글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 길지만
올려봅니다..
그렇지만 누구시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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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님,
사람으로 태어나 마음을 나눌 이가 있다는 것은
크나 큰 행운이자 축복이겠지요..
미천한 제 글에서 제 뜻을 알아봐 주심은
제 마음을 나눠 주셨음이라 여겨도 될런지요..
아, 우리 싱클레어님..
잘 지내고 계십니까? ^^
님이 남겨주신 시를 읽어보고 읽어보고..
박정대님의 '어제'라는 시라더군요.
'어제는 네 편지가 오지 않아 슬펐다.'
이 시작되는 구절을 한참이나 바라보는데
스산한 바람탓인지 제 마음도 시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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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음악이 참 매치가 잘되요^^
그저 마음비우고 산다는 것이..그것이 삶의 지혜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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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루나님.답글에서 음악올리는게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방갈로 게시판은 안되네요~~~
"http://poowa.com/yeoju/Thank_you-slower.mp3"
제가 치는 것은 아니지만.그냥 기타사이트에 갔다가요...좋아서요.
날이 많이 추워지죠? 마음까지 스산해지기도 하고요..따뜻한 것들이 점점 더 생각나고요....^^따뜻한거 많이 드시고....힘내세요!
싱클레어님 때문에 요즘 책안사고도 너무 좋은 시며,글이며 잘 읽고 있습니다...
그리움,기다림....아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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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님,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단지 그저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관조하는 자세로 살아볼까 합니다..
쌀쌀한 날씨.
옷깃은 꼭꼭 여미시되 마음은 늘 열어 두시길.. ^^ 감기 조심하시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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