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푸와족(poowa)의 세상입니다....among here

 

  

    


         




갑자기..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달밤의 체조였습니다.
운동삼아 나선것이 밤10시가 휠씬 지났으니까요.

그냥 마실삼아 동네 한바퀴 돌 작정이었습니다.
이른바 '걷기운동'이지요.

무작정 걸었습니다.

제가 사는곳은 언덕배기라...

걸어 내려가는 일은 참...수월하지만,
올라 오는일은  그만큼 힘듭니다.


봄냄새 머금은 밤바람이 불어오고 ..
주위풍경도 폼나게 받쳐주니...
거의 산보에 가까운 운동(?)이었지요.

사실,,,달밤에...
험한운동을 미리 작정하고 나온것이 아닌지라
조금 걷다 올라 갈 생각이었지만,

몸은 계속 GO를 외치고...
머리는 BACK BACK 거립니다.

머리란 놈의 입장은
달밤에 무리하게 자꾸 내려 가다보면.
언덕배기의 특성으로 인해 다시 올라올 일이 태산이란 것이고..

몸이란 놈은 '아직은 청춘'이란 이름을 걸고... 거칠것 없다 합니다.

결국 몸의 부름을 따랐습니다.
(청춘이란 말에 뻑간 까닭입니다....@ @V)

딱...바다까지만 가보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바다까지는 엄마찾아 삼만리는 아니지만,,
꽤 멀고 험한길입니다.

어쩌자고...야밤에 이런 결단을 내렸는진 몰라도..
몸과 머리가 따로 노는 상황이 묘한 감흥을 일으키긴 했습니다.

바다를 택한건..
먼곳에 대한 그리움이기보다..
먼곳에 대한 오기였습니다.

그럼...출발하겠습니다...

준비~~~~~~땅~~~~!!

[시ː발 (始發)  ]

바다에 닿기 위해서는 산같은 언덕하나를 지나가야 합니다.

야밤에  달빛 하나 의지하고 산길을 내려 간다는것도 쉬운일은 아니기에,,
내려가면서 머리는 계속 쫑알됩니다.

"아이고~~미쳤지...이 길을 우째 다시 올라 갈라꼬 이케샀노...고만 조절하고 올라가지.."

몸의 대꿉니다.
"고마 시부리라...간다믄 가는기다..건강을 위해서.."

험한(?)산길을 깨치고, 80계단을 가로질러...
드디어 해운대 바닷가 언저리에 이르렀습니다.

이때부터 상황은 역전이 되버렸습니다.
바닷가 언저리에서 바라보는 해운대의 야경은 거의 죽음입니다.

머리가 말합니다.
"야~~멋지다..."

조금은 피곤해진 몸이 대꾸합니다.
"그래..멋지네..인자 고마 올라가까?"

머립니다.
"아이다...저 끝까지 함 가보자...어떻노?"

몸..
"가자꼬? 저 끝까지..? 지금 몇신데..고마 올라가고 낼 가자.."

머립니다..
"아이다..가보자...어이..뭐하노?"

이번엔 머리의 뜻을 따르기로 합니다.

해운대바닷가 언저리에서...저 끝 해변까지..
그러니까...미포선착장에서..동백섬이 있는곳까지는 꽤 긴편입니다.

걷다보면 순간이지만...바라다보면 먼거립니다.

몸은 걸어가며 심히 두려운 모양입니다.
"아...저끝까지 가몬...우째 또...다시 올라꼬 이카노..참말로..."

얄미운 머립니다.
"되돌아 가는길은 잊아뿌라...고마 지나는것만 생각해라.."


[지나기]

선착장을 지나고...

밥집을 지나고...

횟집의 삐끼를 지나고

통기타 라이브 까페를 지나고...

고동파는 포장마차를 지나고..

쓰레기차 한대를 지나고..

팔짱낀 젊은 연인을 지나고..

꼭 껴안은 불륜의 연인들도 지나고..

호텔을 지나고...

공중 화장실을 지나고..

술취한 행인을 지나고..

좀전에 먹은 내용물을 꺼내놓고 벤치옆에 주저 앉은 취객을 지나고..

길거리 분수대를 지나고..

말싸움에 열올리는 가심아픈 연인들을 지나고..

뭐...여튼....지나고...거의 다 지나갈즈음,


떡 하고 만나게된 해변의 끝.

바위섬.

그제서야..
머리와 몸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인자....우짜지?"

버스라도 타고 올라가자는 머리의 꼬임에..
몸은 어설픈 몸짓으로 화답합니다.

"배째......."

츄리닝 바람에 가지고 나온건 달랑 라이타 하나.
라이타만 만지작거리며

멍~하니 ..되돌아 갈 길을 바라다 봅니다.

"참...........멀리도 왔다...그쟈?"



[되돌아가기]

되돌아가는길은  멀고도 힘들었습니다.

80계단 층층대도 그렇고..

어두운 산길도 그렇고,,

한참을 헤메이다 발견한 셋길도 그렇고..

좀전에 맛보았던 해변의 야경은 까먹은지 순간입니다.

몸과 머리는 하나되어 짜증입니다.

"아.씨.~~~이기 뭐꼬..!!"



[당도 (當到)]

툴툴거리며 결국,
돌아왔습니다.

온몸은 땀에 젖고..
목안은 마른장작입니다.

냉장고에서 찬물 한잔하고...
자리에 털썩입니다.

물로 땀을 씻고...새옷입고...
자리에 앉아 있자니.

그제서야..
해운대 야경이 눈에 선합니다.
거칠게 올라왔던길도 정겹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진짜로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살아가는기...바로 이런거 아인가 모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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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지나기]


전부터..
지나는것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있었습니다.

애닳기도 했고요..
별에 스치며 지나는 바람의 애잔함을 느끼는 그런 심오함이 아니라..

뭐..그냥..

애닳았습니다.

지나는 건 항상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머무는 건 순간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러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바라 본 세상은요.

영원이니...불멸이니 하는 말들이...
참 가엾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애써 우기는거 같아서요.

그냥 지나는거라 생각했습니다.

인정을 해야만 하는 슬픈 현실이라기보다..
당연한 현상이라 생각했습니다.

음식을 먹으면
식도를 지나...위를 지나..대장을 지나..결국 거길 지나 빠져 나가는것처럼..

뭐,,,그런거라 생각했습니다.
머무는 건 똥배밖에 더 되겠냐는 겁니다.

해가  지나야 ,달이 뜨듯이..
필연이라 생각했습니다.

2시간도 채 못되는 지나기(?)덕에
이토록 무리한 깨우침을 느끼는걸 보면...
허풍선이 남작이 따로없지요?

계속할까요?


평소,
책하고 친분이 두텁지 못한 편이지만..
읽었던 책중에서 그나마 기억나는 문장하나는...

이겁니다.

'죽음이란 직선을 따라가는 과정이다.'

[Death is a straight on process]

탁....!!

저는 이문장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직선만 따라간다굽셔~~~그렇담 세상에 일만이천팔백구십세개의 꼬부랑선을  비롯한 그외 잡다한 선은
죽음의 과정이 아니라굽셔~~~~}


지나기..

지나가기..

각자 지나는 길의 형태는 백사장의 모래알만큼이나 다양할거고..
지나며 스치는 상황들은 또 얼마나 다양할까요?

저는 어디까지 지나쳐 왔는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서 지금은 어디쯤에 잠시 머물러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여지껏 지나온 것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과 속쓰림을 얼마만큼은 간직하고 있기에,
앞으로 다가올 '지나기'에 대한 예상 정도는 하고있습니다.


어떤분이 그럽니다.
빨리 늙어버려서 지나온 상황들을 잔잔히 추억해보고 싶노라고..

아까 2시간의 지나기에서도 느낀바대로..
지나고 보니 힘든 순간까지도 정겹게 기억했으니...

이분의 말씀에 공감이 가기도 합니다.


직선을 그어볼까요?

쭈우욱~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人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경우입니다만..

아마도 저는 저쯤을 지나고 있을 듯 합니다.

많이 남은건가요?

저렇게 그어 놓고 보고 있자니
홀가분하기도 하네요.


지난 것에 대한 그리움이..
지나는 것에 대한 애닳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상합니다.
하느님이 인간들을 출발선상에 우르르 세워놓고..

호각을 붑니다..

"요이~~~땅"

인간들은 아웅다웅 각자의 길로 열심히 뛰어갑니다.

자빠지기도 하고..다시 일어나기도하고..
야비한 세치기도 허용이 됩니다.

일직선상의 달리기는 그렇습니다.

따지고보면 이 경기(?)는 누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닌데도
그런 모습을 봅니다.

예외없이 완주가 되는 경기.

결국 끝점에서...하느님이 부릅니다.

되돌아오라고.

결국 온곳으로 되돌아 가야하는 경깁니다.

야비한 행동을 한사람은 그만큼 벌받겠지요.
곡예하듯 힘들게 뛰었던 사람에게도 그만큼의 댓가는 주어질겁니다.

사람의 죽음을 두고..
돌아가셨다는 표현을 합니다.

참 맞는 표현이라 우겨봅니다.


푸와부족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어떻게 뛰고 계신가요?


어차피 완주는 할건데...
이쁘게 폼나게 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가끔 힘드시면
직선을 쭈욱~~~하고 그어보세요.


그리고 지나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한결 홀가분하지 않으십니까?
에고....더 힘듭니까요?

그래도 우짜덩공..
여러분의 지나기에 이 푸와가 밟혀 있었으면 좋겠다는 야무진 생각을 해봅니다요.


"세상의 포근함이 날마다 푸와부족에게~"



※ 2002년 3월 봄날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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