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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금 해운대에 와 있습니다
지금은 수평선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 자욱한 철 지난 백사장 같지만
어젯밤 자정 너머까지 술 마시고 폭죽놀이하며
아이들처럼 즐거워했던 곳입니다
생면부지의 첫 만남이었음에도.
정이 넘치다 못해 끈적끈적하기 조차 했던
너무도 아름다운 부산푸와족 세분의 과분한 환대에
새삼스레 경상도 사람들의 '정'이란 걸 생각합니다
빙자하여 어젯밤 취중 논쟁거리이기도 했던
개인적인 이야기가 묻어 있는 몇년 전의 글을
파일에서 다시 꺼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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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밥 묵었나..?
밥묵었나..?
얼라는..?
자자..
새벽같이 출근하는 내 뒤통수를 보고
난데없이 내뱉는 아내의 푸념..
아무리 무뚝뚝한 경상도 사내라도
하루에 이 세마디는 하고 산댄다
그런데..
이 무뚝뚝 문댕이 마산남자랑 살고 있는 서울여자는
이 세마디라도 할 줄 아는 경상도 사내와
사는 여자가 너무 부럽다는 거다
당연히 먹었겠지..뭐..
그럼 점심은..?
점심도 안먹었단 말야..?
점심은 안먹는 날이 더 많아..
그럼 뭐야..넌..아침도 안먹잖아..?
그러니까..오늘은 한끼도 못먹었단 말야..
....?!
제기랄..!
아내의 불만은
자기가 오늘 하루종일 한끼도 못먹었다고
배고파서 불평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거다
결혼하고 10여년이 넘게 사는 동안
내가 단 한번도 자기더러 밥먹었느냐고
물어본 적이 없었다는거다
그럼..당연하지..
요즘 세상에 먹을게 없어서 굶는 사람도 있냐..?
우리 집에 먹을 양식 떨어뜨린 적이 있느냐고..?
늘 일과 시간에 허덕이며 새벽 출,퇴근하는 남편이
마누라 밥 먹었는지에 까지 일일이 물어봐야 하느냐구..?
2. 그러고 보니..
생각해보니
아내가 뭘 먹고 사는지
잘 모르겠다
어쩌다 같이하는 저녁식사에서도
6살짜리 딸아이 보다도 훨 적게 먹는다
그렇다고 군것질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기껏해야 딸기며 사과 따위의 과일이다
그런데..
아침식사는 커피 한잔이라고 했다
점심은 혼자 밥해 먹기가 번거로와
그냥 대충 떼운다고 했다
저녁은 대부분 애들이랑 먹는다
애들이랑 먹을때는 제대로 된
맛있는 반찬을 잘 안만든다고 했다
대부분의 가정이 그렇듯
가장이 들어와야 차려 먹는댄다
3. 뼈아픈 기억
아내는 날씬하다
아니..많이 말랐다
점점 말라가고 있다
167cm의 키에 47kg..
그래도..
내게 시집올땐 50kg 이었대는데..
신혼 초엔 이런 일도 있었다
첫 딸아이 임신 3개월 때..
여의도 강변의 목화아파트에 살았을 때다
그떄도 난..무지하게 바쁘기만 했다
목동에서 살다가
이른 새벽에 퇴근해서
늦은 새벽에 출근하느라 아예 집을
회사 옆 여의도에 얻었던 거다
어느 날 퇴근해보니
아내의 발목이 퉁퉁 부어
제대로 걷지를 못하고 있었다
난.. 대수롭지 않게
일종의 류마티스 증상인것 같으니
영등포에 물리치료를 잘하는 병원이 있대더라..
몇일간 물리치료를 하면 나을것 이라고 말했다
아내는 한달 가까이 통원치료를 했다
아파트 9층에서 아파트 앞 버스정류장까지..
그리고 몇구간 가서 버스를 내리고..
지하도를 오르고 내려서 병원까지..
그리고 같은 코스로 되돌아 오고..
별일이 아닌 것 같지만..
난간을 짚지 않으면 제대로 걷지를 못하는
신혼의 절름발이 임산부였다
그런데..난..
통원치료가 끝날때까지
그 병원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한번도 병원에 데려다 준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발목이 퉅퉁 부었던 원인이
영양실조라는 사실이었다
제기랄..!!
하긴..같이 밥 먹을 시간이 없었으니까..
그때는 같이 먹을 아이들도 없었으니까..
삼시 세끼를.. 내가 없으면
거의 굶다시피하며 살았던 것이다
그렇게
임신중 영양실조 걸린
엄마에게서 나온 아이는
두살에서 네살때 까지는
죽을 고비를 네번이나 넘겼었고
그 중 두번은 아빠가 해외출장 중이었다
일년내내 감기를 달고 살았고
감기만 걸렸다 하면
열이 40도를 오르내렸다
열이 오르면 열성경기 증상을 보였고
열성 경기를 또 다시 겪으면
바로 뇌성마비로 갈 수 있다는
의사의 경고 때문에
아이가 감기만 걸렸다 하면
아내는 물론 온 집안이
초비상상태에 들어갔었다
한번은 세브란스 병원에서
의학적으로는 사망이라는
진단까지 받은 적도 있었다
정상적인 상태의 폐에서의
이산화탄소의 량은 30% 미만이어야 하는데
그때의 상황은 80%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아이가 죽어도 의사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써야만 했고
혹시 운이 좋아 살아난다 해도
평생을 뇌성마비로 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약서에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싸인을 하면서 굵은 눈물도 흘렸었다
그래도..
설사 그렇다 해도..
딸아이가 평생을 뇌성마비로 살아야한다 해도
일단은 아이의 목숨만은 살려야 한다고..
다음 일은 그때가서 생각해 보자고..
4.식사했능교..?
나에게 하루에도 수차례씩 전화질하는 인간들 중에
부산의 신모라는 친구가 있다
부산 강의 때 마다 공항도착 순간부터 떠날때 까지
모든 교통편의와 숙식을 해결해주고
심지어는 내가 올때마다 외박까지
그의 아내가 인정하는 친구..
그 친구의 전화 첫마디는
"식사 했능교..?" 다
그것도 오후 두세시 경의 전화에..
월급쟁이들이란 당연히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혼자 밥을 먹어야 하거나
아예 밥 먹으러 나갈 시간조차 없는거다
그때마다 난 생각했다
이 인간은 시간이 무쟈게 남아 돌거나
시간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인간이거나
암튼..나와는 종류가 다른..
그것도 나보다 훨씬 팔자 좋은..
그래서 은근히 부아가 틀리는..
그런 종류의 인간들이라 생각했다
적어도..지금까지는
"밥묵었나 " 하고
물어보는 것이
얼마나 인간적인 인사인지
얼마나 따뜻한 말이었는지
그런..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을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던 내가
얼마나 불쌍한 인간이었는지
이제사 깨닫고 있다는거다
십수년전의 상황을 적은 글 끄집어 올리면서
무슨생각을 하였을 꼬?????????????...
라는 생각을 여러번 했었지요.^^
나의 결론은
현재의 상황에 적응하면 무뎌지는 특유의 그 남성의 기질로
그 시절에 대한 애틋함은 그저 추억이 아닐까? 하는 생각......
크크.... (다음에 만나면 꿀밤 맞아도 꿋꿋함!!!)
음악 좋구만유^^
내가 아닌 누군가가 볼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에
스스로에게 조소를 느끼는 자신을 보고는
내자신이 얼마나 비틀거리며 살아왔는가를 깨달았지요.
그 때문인지
일년에 한두번 한잔 술을 빌어
빌어먹어라고 욕을 하고 싶을 정도로 표현이 심한 날들 있다는 것....
몇년동안 숱한 술자리에서 나를 보고도
누부야 이런 모습 처음이네 하는 소리를 그날 몇번을 들었는지....
오늘은 집을 떠나 한적하게
그리고 아주 간단하게 소주 한병마시고^^
요즈음의 어설픈 자괴감을 곧추세우고싶어
그날 청사포 바닷가에서 주절거렸던 저의 말들에대해
사죄드리고 싶은 마음에 늦은 답글을 적는답니다.
언제쯤
내 자신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나....
^^
우짜던둥
밥 잘챙기묵으면서 사이소
세끼 먹는 것에 별 의미 안두는 내 자신이면서도
어설픈 남정네가 굶는다고 생각하면 맴이 아프니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