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가 미소를 머금고 잔잔하게 말했다.
"백진스키님 '화석연인' 감상 잘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연애 따위에 인생을 소비하고 싶지 않아요.
인간의 삶은 좀 '더 숭고한 일'에 바쳐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백아저씨가 발끈해서 침을 튀기며 말했다.
"연애 따위요?
연애도 창조행위이고 숭고한 일입니다.
대중들이 하는 일은 숭고하지 않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도대체 사랑하는 행위보다 더 창조적이고 숭고한 일이 뭐가 있을까요"
백아저씨는 흥분한 탓인지 침을 꿀꺽 삼킨 후 다시 말을 계속했다.
"대중들이 모나님에게서 냉기를 느낀다면 아마 모나님의 그런 모난 태도
즉 '연애 따위..'와 같은 말투 때문일 겁니다."
백아저씨는 모나숙녀의 표정을 살핀 후 뜸을 들였다가 말을 계속했다.
그러나 모나숙녀는 미동도 하지 않았고, 표정도 모나지 않고 온화했다.
"조물주는 '숭고한 일'에 인간들이 집착하도록 만들어 놓았어요.
보세요, 사랑에 목숨거는 사람이 어디 한 둘 입니까.
목숨까지는 아니더라도 그것 때문에 번민하고 고통받는 사람이 부지기수로 많다는 것,
비록 연애가 '숭고한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일반 대중의 주된 관심사인 것만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모나숙녀가 침착하고 모나지 않고 나직하게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목숨을 건다..그래서 화석연인을 탄생시킨 건가요?"
백아저씨가 탁자를 치며 말했다.
"화석연인은 광기의 절대권력과 제도에 휘둘리는 인간들의 황폐한 삶을 표현한 겁니다.
대중들의 황폐한 삶, 그것을 단적으로 표현할 소재를 찾다가 간신히 화석연인을 발견한
것이고, 인간의 삶이란 결국 사랑의 온갖 부산물들이 일상에서 부딪히며 상호 작용과 반
작용을 하는 과정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런 단순하고 명료한 사실에다 무슨 의미를
자꾸 갖다 붙이는 통에 삶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고..."
모나숙녀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목례를 하고 조용한 걸음걸이로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모나지 않게 보이려는 듯 예의 그 신비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백아저씨는 상기된 얼굴빛으로 씩씩거리며 담배를 찾아 입에 물고 멍하니 한참을 서
있다가 재떨이에 코를 푼 뒤 푸와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런데 솔강 이자는 도대체 또 누구야..시방새
내 그림에다 이따위 유치한 썰을 잔뜩 풀어놓고..
하긴 틀린말은 아니지, 말되네 흐흐
절대권력의 횡포, 그것을 지탱시켜주는 온갖 계율들, 그러나 그것도 화산 운석 태풍
눈사태 등 대우주의 섭리 앞에서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일회성 히스테리에 불과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