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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틀이 있는 방 - Hasta Siempre |
| Name : |
| 길손 |
2005-07-20 17:15:05, Hit : 18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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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루한 문짝 위에 둘이고 셋이고 사진틀이 걸리는 시골 방을 보면 보도연맹원이었던 매형이
생각난다. 철도청엘 다니고 있었는데 소읍에서 그만한 관청으로 통근하는 자신을 딴에는 사뭇
전향적인 지식인으로 여기고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동네에서 똑똑하기로 소문나 있던
그가 해방 후의 그 남로당 바람에 그처럼 쉽사리 휩쓸렸을 리가 없다.
어릴 때 기억이라 도무지 흐릿하지만, 호롱불이 일렁이는 방 속에서 사돈어른 앞에 무릎을 끓고
깊이 고개를 꺾은 채 눈두덩 쪽으로 이따금 손을 가져가곤 하던 실루엣 하나만은 이상하게 윤곽이
선명하다. 남로당 탈퇴를 천명하고 지서에서 풀려나온 저녁이었을 것이다,
<보도연맹>은 그렇게 참회하고 전향한 사람들을 세상에 알리려고 만들어졌던 단체로 알고 있다.
1949년이던가 동란이 터지던 그 전 해 이 단체 회원들은 밤중에 어딘 가로 불려나가 감쪽같이 종적을
감췄다. 제주도 어디쯤에서 구덩이를 손수 파고 한꺼번에 참살 당했다는 소리도 있고, 장마로 팬 둑
밑에서 전깃줄에 묶인 몇 십 구씩이 무더기로 뒤집어졌다는 소문 같은 것도 해를 두고 불거져 나왔다.
그 뒤 십여 년 가까이 매형은 몇 장 안 되는 사진 속에나 모습이 남아 있었다. 사모관대 같은 것을 쓰
고 누이와 단 둘이 찍은 결혼 사진 같은 것은 기억이 없고 네 줄 다섯 줄로 사돈의 팔촌까지 늘어선 예
의 가족 사진 같은 데서나 어쩌다 얼굴이 보였는데, 키가 큰 편이었던 모양으로 주로 뒷줄 쪽에 서서
고개를 빼고 있다. 조만간 그런 사진들도 종적을 감춰버리긴 했지만, 그 이후 오십여 년을 수절해 오면
서 이제는 할머니가 된 누이가 예의 둘만의 그 혼례사진 한 장쯤은 아직도 그냥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
다. 새삼 물어보기도 보여 달라기도 계면쩍은 일이긴 하지만.
그런 저런 집안의 질곡이나 사정 때문에라도 방문 위의 사진틀은 한결 누추한 음영을 지닌다. 학사
모 를 자랑스럽게 쓴 장남의 얼굴, 면사포 며느리를 거느리고 늠름하게 선 차남의 결혼사진, 외가 쪽
친척과 시댁 식구들, 막내딸의 졸업 앨범, 혹은 소싯적 단짝 친구와의 관광지 기념 스넵, 자랑하고 내
세울 만한 것은 겹쳐서라도 틀 속 밀어 넣어지지만 한때 그런 적이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강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대학 나온 큰놈은 그나마 눈곱 만큼씩 부치던 생활비마저 끊은 지 오래고 작은놈은 오토바이 사고
를 내고 집안 재산을 통째 들어먹었다. 테두리를 둘렀다고는 해도 차마 액자라고는 할 수가 없는 에
나멜칠의 합판 프레임에 파리똥이 자욱히 말라붙은 그야말로 싸구려 <사진틀>이다. 도배지가 들뜨
고 일어난 평 반도 못 되는 바람벽에는 달력과 타월과 벗어 던진 후줄근한 옷들이 짬 없이 걸리고, 땟
국 전 이불이 구석에 쌓인다. 전기세, 수도세, 주민세, 그밖에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중요한 영수증들
은 연통이 가로 질린 천장 서까래 부근에 못을 치고 집게로 단단히 보관한다. 기름등잔과 약초 봉지
같은 것까지 그 곁에 걸리면 방은 하릴없이 산간벽지의 바로 그것이 된다. 70년대 중반 무렵까지도,
소도시의 한다하는 가정까지가 대개 이런 식의 방 구조였던 걸로 알고 있다. 문짝이 미닫이거나 도어
로 바뀌고 벽지가 제대로 붙고 이불장과 옷장이 들어서고 너비가 좀 달라져 봤자 거기서 거기이다.
들고나는 방문 근처에 으레 걸려야 하는 장식용 사진틀의 구도가 그렇다는 소리다.
주거 공간이 아파트로 옮겨 가면서는 사진의 위치도 중앙 벽이라든가 탁자 위라든가 사뭇 혁신적
인 변모를 보인 것도 같지만, 잠재의식 속에는 같은 배치가 여전히 또아리를 틀고 있을 것이다. 아름
답다는 공간 개념과는 끔찍이도 인연이 없어 보이는 이런 구도가 언제부터 우리들의 의식 속에 고정
관념으로 굳어 버렸는지 알 수가 없다. 징용에 아들을 빼앗긴 어머니가 한 장뿐인 그 사진을 필사적
으로 문턱에 붙여둔 것이 혹은 그 효시였을 지도 모른다.
멕시코나 남미 같은 후진 나라에서도 가끔 비슷한 구도의 방이 보이긴 하지만 보다 넓어 보인다는 느
낌 외에도, 오랜 카톨릭의 전통 때문인지 액자 하나만은 제법 정교한 조각이 되어있는 것이다. 이렇게
는 살 수 없다,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안온한 그런 의사의 방을 뛰쳐나간 체 게바라가 생각난다.
이 방에 무엇이 있었더란 말인가... 싶어 나는 물끄러미 사진을 들여다본다. 5,60년대의 그 막막하고
도리 없는 냄새가 물씬 풍기고, 연인과 어긋나던 트로트조의 이별이 떠오르고, 삼십 촉 알전구와 공사
장에서 실족한 이모부의 얼굴까지가 보인다. 그리고 광주 사람 다 죽는데 너희들은 뭐 하느냐고 악쓰
던 전화벨 소리까지도.
눈물과 웃음이 있고 권태와, 절망과, 분노와, 비상이 있었다고 아무리 심사를 가누고 귀에 일러 듣
겨봤자, 구질구질한 느낌은 마찬가지다. 사진틀을 걷어내고 달력과 옷가지들을 치우고 이불까지 밀어
내고 보면, 조선조 때의 그 하바리 토방에도 못 미치는 우리의 공간감각이 그동안 얼마나 퇴행하고 영
락했는지 여축이 없어, 그저 아연하기만 하다. 70평 아파트에 비디오폰을 갖추고 짐짓 중산층을 자처
해 봤자 찌든 우리의 엽전의식은 한 치도 이 방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런 허위와 과장과 위선, 소리
없이 식민화 되어가는 양키들의 매판자본사회에 간혹 위구감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있다고 한들 벌써
영악해진 그들의 가슴 속엔 체 게바라도 간디의 열정 같은 것도 한낱 뮤직 비디오나 기고만장한 술자리
안주 정도로나 남아있을 것이다.
아무튼 추억과 한(恨)을 빼면 금방이라도 폭삭 무너질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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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이제하 선생님
더운 날씨에 존체금안 하신지요.
불초소생은 그렁저렁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간혹 푸와창에서 선생님의 소식을
수박 겉같이 듣고 있었습니다.
여러 지각 변화도 느꼈드랬습니다.
너무 먼 곳이라 한번 찾아 볼 엄두도 못냅니다.
큰 마음은 아니지만 늘 뵙고싶은 마음 있습니다.
모쪼록 건강 유지하시고
간혹은 건재하심을 이처럼 글로라도 뵈올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무엇보다 선생님께서 거하시고 쉬시는 곳이
늘 바람부는 날 버드나무 그늘 같고
앉아 바라보면 들판이 비스듬이 내려다 보이는
시원하고 편안한 곳이기를 삼가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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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화헌 놀데 사진에서 주마등님 얼굴을 잠깐 본 것 같아 반가웠는데 벌써 사라졌네요. 정면얼굴 너무 생생하게 나왔다고 모두들 아우성들을 쳤나. 늘 건강하신 주마등님 보면서 길손도 기운을 얻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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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헌에 선생님 안 계시니 재미가 절반도 안 되더군요.
선생님 노래도 듣고, 따라도 부르고 하는 재미가 제겐 제일인데...
복더위의 한가운데 비가 내려 견딜만 합니다.
전 오늘 새벽 3시쯤 불현듯 눈이 떠져, 서울서 차를 끌고 내려왔습니다.
원래는 오전에 일을 보고 내려올 생각이었지만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빗길을 달리며,
엇그제 준우가 비오는 바다가 문득 보고싶어 속초에 갔다가 비 그친 바다만 보고 왔다는 말이 생각나 바다로 갈까도 잠시 생각했었지만, 꾹 참고 내려왔습니다.
아직도 제 안에서 주체할 수 없는 뭔가가 수시로 충동질을 해대는 통에 멈칫거리는 모습을 봅니다.
또 어디론가 달려나가고 싶어 안달이라도 난 모양입니다.
그렇게 또 얼마 남지 않은 익산에서의 유배 기간을 견뎌야 겠지요.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길 당부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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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따뜻한'
`사람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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