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푸와족(poowa)의 세상입니다....among here

 
2004년 7월 14일 올려진 푸와게시판의 글





일기를 적곤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참 좋은 습관이었던것 같은데..
어쩌다가 이렇게 흔적없이 지나는 버릇이 들었는지,,,

컴퓨터 자판이, 두꺼운 노트를 비웃기 시작하고부터가 아니였나 합니다.

좀전에...다시 그 두꺼운 노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습니다.

옛날, 지나온 흔적이 담긴 일기장들을 꺼내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는'고3일기'라는 제목을 단 일기장이 있었습니다.

고3수험생의 치열한(!) 삶의 기록이였지요.

그 일기장을 수년전에 잃어 버렸었는데,
그때의 기분은 마치 삶의 한 조각이 떼어져 나간 느낌이었습니다.

좀전에 그 일기장의 유적(?)을 발견 했는데요..

거칠게 찢어진 종이위에 분명 제가 끍적거렸을 그때의 흔적을 보며,

아찔 했습니다.

존재감의 거리.

뭐,.그런 거리가 느껴지던데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마주앉아 이야기 하는 듯한 느낌 같은거 말이지요.


언젠가 이런적이 있었어요.


늦은 오후에 시내버스를 타고가다가 신호등 앞에 가방을 맨 한 소년을 본적이 있었지요.

초등학교 5학년쯤으로 보였고 방과후에 청소라도 하고 나왔는지,, 저 혼자 기운빠진 모습이었지요.


무심코 한참을 그소년을 바라다보다가

"어.......저 아이는 난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기자고 한 얘기가 아니라..

어린 '나'를 보고있는.... 서른넘은 '나'를 느낀거지요.


버스는 지나쳤습니다.


그 아이를 내 눈속으로  집어 넣을려고 간절히 뒤돌아 보았지만..


정말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가끔 낯선 존재감으로 서 있는,,,, '나'를 만나보는 상상을 하곤합니다.


좀전에 고3일기의 흔적을 바라다보면서..

꽤 떨어진 거리에 서있는 저를 만났습니다.

얄궂기도 하고 정겹기도 하고..

묘한 감흥에 이곳까지 데려왔습니다.


잠시 푸와부족님들에게 소개코저 고3시절의 '나'를 인사 시킵니다.


자자...어여 인사해봐~!!



[이 글은 아마도 모의고사에 엄청시린 점수로 낙담한 날,,,저를 달래고저 쓴글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연습장 표지에 쓰여진 "인생을 다시산다면"(IF I Had My Liffe To Live Over ) 이란 글을 패러디 한것입니다.



인생을 되풀이할수만 있다면.....<몸살나겠다...지금은>


다시한번 인생을 되풀이 할수 있다면 다섯살이고 싶다..

그래서 내 조카의 친구가 되고싶다.

그리고 그후의 일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싶다.<내게 있어 불행 했던 일>

나머지 지식들은 그래도 가지고 싶다.

천재가 될수도 있겠다. 엄청난.

그리곤 대학을 도전하고 싶다.

다섯살이라는 명분으로 떨어짐을 후회 않을수도 있겠다.

어리광도 피우고 싶다.

엄마를 따라 여탕에도 들어갈 수 있겠다.

내가 좋아했던 처녀들에게 감히 안길수도 있겠다.


기분좋은 다섯살.

이미 다 커버린 감정으로 여린 다섯살을 보내는것은,

여간 흥겨운 일이 아닌가 싶다.



떄론 짜장면을 시켜먹고 아버지 이름으로 외상을 달겠다.

엄마를 잃어버린 핑계를 달고 어디론가 먼 여행을 떠나고 싶겠다.

그리곤 담배갑이나 우유통에 박혀버린 내 얼굴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볼수도 있겠다.

옆집 기집애를 꼬셔서 10분짜리 목마를 같이타고

얼굴보다도 큰 솜사탕을 먹으면서 목마를 타고 떠난 여인의 옷자락을 노래하겠다.

영문도 모르는 꼬마소녀는 손에 묻은 솜사탕을 빨아가며

찌그러진 카셋트에서 울려나오는 동요를 따라 부를것이다.



이미 배워버린 나쁜습성으로 인해,

황당할수도 있는 짓들을 거리낌없이 할수도 있겠다.

술,담배를 할수 없음으로 해서

그 엄청난 고통을 삭이며 비린내나는 쵸코파이를 깨물고 있을 나는,,,

되풀이된 인생을 후회할수도 있겠다.



짓궂고 버릇없는 윗동네 골목대장을

옆집가시내가 보는앞에서 믿지못할 힘으로 늘씬하게 패줄수도 있음은

참으로 눈물겨운 일이다.



사회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해주었으며

꼬마들에 대한 제도적 모순을 개선해 달라고 소리치며 피켓을 앞에두고,

뒤따르는 수많은 코흘리개들의 찬사를 받을 나는, 진정 이 시대 마지막 양심이 아닐수 없을게다.



꼬마들의 세계가 세워진다면

내가 제일착하야 선진 꼬맹국으로 만들것을 엉겁결에 맹세한다.




내겐 때에 따라선 이리 엄청난 능력이 있다.

그걸 여태 깨닫지 못한 나는, 내 조카를 책망할 권리도 없다.

다섯살이라 믿고싶다!

지금부터...

엄청난 능력!



나는 어느새 하얀 종이위에  새까만 양심을 칠하고있다.



-이미 커버린 나를 위로하며-








※ 예전 게시물中에서...


- cybele님의 답글 -


아주 오래전 얘깁니다.

음.. 그러니까 세기가 바뀌기 전이군요.
그즈음에 전 선진꼬맹국의 족장이신 푸와님의 5 살나이 보단 살짝 많은 초등학교 저학년이였습니다.

그날은 학교를 땡땡이 치는 무시무시한 일탈을 태어나서 처음 시도해 본..
과히 저에겐 기념비적인 특별한 날입니다.

당시 제가 살던 동네엔 개천이 있었더랬어요.
시골은 아니었는데 제법 깊숙한 높이의 둑아래 근처 섬유공장으로 개울물이 흐르고 있었답니다.
(그닥 깨긋한 물이 아님.. 예의 온갖 종류의 가정 폐수와 지나가는 행인들이 무심히 던져버렸을
각양 각색의 잡동사니들이 그 개울물과 사이좋게 어울리며 넘실대고 있었음)

지금 생각해봐도 딱히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등교를 할려고 집을 나선 제가 학교와는 정반대편인 개울가 둑쪽으로 발길을 돌린 이유는
마치 뭔가에 홀린건 같은 " 그냥...." 이었습니다.

당연히 게임방이나 오락실따위는 별천지에 속할만큼 근대화 되기 이전 남한(?) 의 초등학생이
선택할수 있는 도피 장소는 당시로선 불가능에 가까웠지요.
게다가 학교를 땡땡이 치고 어슬렁거리는 게 혹 근처 이웃 아주머니 눈에라도 발각되는 날엔 그야말로 끝장입니다.

해서 제가 선택한 일탈장소는 바로 그 둑길이었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인 저의 눈에는 그 둑길이
마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냥 끝이없이 길게만 보였습니다.
이 둑길이 끝나는 지점까지 가서 다시 돌아오면 그럭저럭 방과후 시간에 맞추어 하교한 행세(?)를 할수 있으리란 생각에
전 하염없어 보이는 그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혹 너무 집과 멀어졌더래도 이둑길만 온전히 따라온다면 길을 잃을 염려따윈 안해도 되니 안심입니다.

하지만 웬걸 덜컥하고 겁이 나기 시작한 것은 그 둑길이 끝나는 지점의 반도 채 지나지 않아서입니다.
낯익은 건물들이 주변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
뒤를 돌아 출발점을 힐끗거리며 확인하기 시작하면서 ..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는 내가 출발했던 우리집 근처의 골목이 깜쪽같이 사라질수도 있다는 터무니없는 의심까지 들면서
공포심은 그만 가속이 붙어버리고 맙니다.
결국 다시 급한 종종걸음으로 온 길을 되돌아가서 우리집근처 골목길이 절 배신하지 않고 친절하게도
여전히 낯익은 도로의 모습으로 날 기다리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제법 용기를 내서 이번엔 좀 더 멀리까지 도전해 봅니다.

그날 저는 그렇게 그 둑길을 수도 없이 되돌아가서 되돌아오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하교시간이 가까워 질 무렵 ..
전 집으로 돌아가 감쪽같이 " 학교다녀왔습니다 " 라는 인사로
평범한 초등학생의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물론 이런 사실은 여태 저 자신조차도 까마득히 잊고 있었을 만큼 비밀인 채 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마치 그땐 언제나 제자리로 되돌아올수 있을 만큼의 넉넉한 시간과..
언제나 다시 도전해 볼수 있었던 그 수많은 둑길들이..
제앞에 놓여있었다는 암시처럼 느껴지는군요..

푸와님의 5 살이고 싶다는 궁시렁처럼

그무렵의 우리들에겐 힘이 있었지요.

정말이지 그 무엇이든 될수 있었던 그 " 유년의 힘 "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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