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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작성자
  푸와人 2006-08-01 04:39:12 | 조회 : 1599
제        목   [율판] 빨간 내복의 추억






그때도 이맘때쯤이었던 거 같다.  
아니 어쩌면 지금보다는 좀더 이른 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
3교시 수업을 하고 있을 때쯤이었나 보다.
앞쪽 문이 빼꼼이 열리면서
웬 아이 하나가 "언니야∼!"하고 들어선 것이.

순간 아이들의 눈은 일제히 교실 앞문으로 향했고
턱수염이 거무스름하던 담임선생님
수업을 하다 마시고
"네 언니가 누구냐?" 하시며 물어본 것이.



지금 같으면 상상이나 하겠는가.
다섯 살 꼬마가 40여분은 족히 되는 거리를 걸어,
그것도 동네 아이들 따라 학교에 왔다는 것이.

더더군다나 위에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마치 갓태어나 눈도 못뜬 강아지 빼알간 그것 같은 몰골을 하고
교실 앞문을 열어젖혔다는 것이.



어쨌든 그 기막힌 아이는 바로 내 동생이었고
아는 체도 못하고 있는 내 주위 아이들
"저거, OO이 동생 아이가?"
하는 알은 체로 동생은 급기야 내 옆에까지 오게 되었는데

함께 온 아이들은 이미 어디론가 가버렸고
혼자 그냥 보낼 수도 없는 상황.
선생님이 주신 사과를 먹으며 동생은
마지막 4교시를 마칠 때까지
붉으락푸르락 하는 나와 함께 수업을 했다.



집으로 가는 길
내가 네 살 터울의 동생에게 엄청난 호통을 쳤는지
아니면 조분조분 타이르며 감싸안았는지 그 기억은 없다.

하지만 그 동생 서른을 넘긴 나이가 된 지금도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하며 웃을 수 있는 것은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가 실팍하게 키운 자식을 위해 사주신
그 질기고도 질긴 빨간 내복
그것의 힘이 아닐까 짐작해볼 뿐이다.






노래 : 조동진 - 나뭇잎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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