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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영원한 환상에 불과하다 |
| Name : |
| 광물업자44 |
2004-07-12 23:23:49, Hit : 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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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영원한 환상에 불과하다. - 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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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의 원제는 <꿈을 위한 레퀴엠 requiem for a dream>이다. 제목이 잘려진 사정이야 대수롭지도 않겠지만, 그 결과는 확연하다. 원제가 가졌던 '꿈'과 '레퀴엠'이라는 대척하는 언어의 결합으로 날카롭게 벼려진 상징성은 뭉툭해지고 농축된 비극감은 휘발되고 말았다. <레퀴엠>에는 다소 막연한 무게감만 남았다.
<꿈을 위한 레퀴엠>. 제목은 102분의 영화를 초밀도로 응축시킨 것이며, 또한 중요한 질문을 품고 있다. 마치 천분의 일의 속도로 잠재의식에 투영되는 타키스토스코프가 깜빡이듯이, '꿈을 위한 레퀴엠'이라는 제목은 화면 속에서 형체도 없이 튀어나와 가물거리며 끈질기게 속삭인다.
'자신의 삶을 악보로, 악기로 변주해낸 그 레퀴엠이 바쳐질 꿈이란 대체 무엇인가?'
중요한 것은 레퀴엠이 아니라, 꿈이다. 죽음의 검버섯이 만발한 음산한 레퀴엠이 어슬렁거리는 그 '꿈'. 죽음의 악취가 피어나는 메케한 레퀴엠에 질식당하는 그 '꿈'.
죽음과 근친한 '꿈'이란 그 자체가 까마득히 막막한 깊이로 아찔거리고, 견딜수없이 짓누르는 무게감으로 휘청거린다.
2
<레퀴엠>의 공식은 간단하다면 간단할 수 있다.
<레퀴엠> = 가이 리치 + 토드 솔론즈
가이 리치가 <락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나 <스내치>에서 보여줬던 엠티비적 현란한 카메라 웍과 빠른 편집, 그리고 화면에 적절히 배치된 음악과의 탁월한 조화. 엠티비적 현란함과 속도감으로 세워지고 입혀진 뼈대와 외피 사이의 속을 채우고 있는 것은 그러나 복잡한 플롯의 유머와 재치 넘치는 갱스터 무비가 아니라 토드 솔론즈의 <해피니스>에 근접한 외과의사의 냉혹함으로 그려낸 미국사회의 부패와 퇴락의 슬프다 못해 끔찍한 초상이다. <레퀴엠>에서는 '중독'이 <해피니스>에서는 '도착'이 비극의 팔레트이다.
(물론 여기서 가이 리치와 토드 솔론즈는 대표성 이상의 의미는 없다. 가이 리치를 얀 쿠낭이나 알렉스 프로야스로, 토드 솔론즈를 할 하틀리나 마이크 리로 또는 기타 등등으로 바꿔도 무방할 것이다.)
현대의 비극은 고대 그리스 비극의 인간의 의지를 넘어선 운명적 소용돌이나, 셰익스피어의 비극에서와 같은 거대한 명분의 추구와는 달리, 명분없고 페스트에 감염된 쥐떼처럼 도처에 깔린 지극히 평범하고 동일한 사태이다. 그 초라함과 평범함으로 인식도 불가능할 정도이다. 따라서 현대의 비극은 항상 냉소적 절망감을 신랄한 유머로 다소 우스꽝스럽게 표현됐다.
그러나 <레퀴엠>은 엠티비적 형식과 결합하여 일상적이고 초라한 현대의 비극에 '장엄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물론 카메라와 음악의 정교함은 배경이고 무대장치에 불과하지만, 마지막 20여분간 빠르게 교차편집된 네명의 주인공들이 베이컨의 그림과 같이 형체가 무화될 지경으로 흔들리고 절규하는 거대한 소용돌이같은 비극감은 그렇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3
<레퀴엠>의 미국사회는 '중독'의 사회이다. 중독의 기관차는 티브이와 마약을 원료로 한다. 무료하고 평범한 현실에는 레일이 깔리고 현실을 짓밟고 달리는 중독의 기관차의 창밖 풍경들은 꿈의 세계와 같은 중독의 환각들이다.
중독을 매개로 희망과 바램으로서의 꿈은 의미심장하게도 꿈의 세계와 같은 비현실적 환각들이 흘러들어 뒤섞이고 곧 환각들로 완전히 잠식당한다. '꿈'(dream)이라는 단어를 공유하듯이, 이제 그 꿈으로 이 꿈으로 의미를 감별해야 하는 수고는 불필요하고 또 무의미하다. 중독으로 꿈의 이중의 의미는 '꿈'이라는 하나의 단어 속에 침전물도 없이 완전히 용해되었다. 이제 중독은 현실을 향해 걸식증의 혀를 낼름거린다.
의식이 무기력화된 꿈의 세계에서는 존재를 둘러싼 사물과 공간 자체가 오히려 자율권을 행사한다. 현실의 공간 바로 거기에 존재는 자동인형처럼 아니 차라리 사물처럼 놓여져있고, 사물과 공간은 기이하게 뒤틀리고 확장되면서 거대한 변형으로 부동의 존재를 위협하고 공격한다.
이러한 중독의 세계, 환각의 세계, 꿈의 세계는 현실을 균열시키고 비집고 들어와 의식의 영토를 야금야금 먹어치운다. 결국 의식은 육체에서 증발되거나 완전히 추방될 것이다. 대신 의식없는 육체는 기이하게 변형된 사물들이 위협하는 (꿈과 같이) 일관성도 인과성도 없는 단편적 편린들의 현실을, 원한다면 (꿈과 같이) 무한 재생가능한, 그래서 희망으로서의 그 꿈마저 중독된, 현실을 어쨌든 살아갈 것이다.
꿈을 꿈으로서 인식하지 못한 사람에겐 꿈은 또 하나의 현실이고, 현실은 또 하나의 꿈이다. 그녀/그는 두 개의 꿈을 꾸거나 두 개의 현실은 사는 것이다. 꿈과 현실의 구분은 불가능할뿐 아니라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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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에서 긴박감과 속도감으로 압도했던 티브이를 사이에 둔 엄마 사라와 아들 해리간의 대치.
엄마 사라로부터 티브이를 강탈한 아들 해리는 티브이를 팔아 마약을 얻는다. 해리에게, 티브이는 마약을 얻기 위한 교환물에 불과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마약이다.
매번 아들 해리에게 티브이를 강탈당하는 엄마 사라. 노년의 무료한 삶에서 티브이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보는게 거의 유일한 생활이자 낙인 엄마 사라는 강탈자 아들이 팔아치운 티브이를 되사옴으로써 삶을 지속시킨다.
티브이는, 그녀에게 절대적이다. 이후 노년의 삶에 장미빛 꿈으로 그녀를 기만한 것도 티브이였고, 중독성 다이어트 알약복용이라는 마약으로의 인도자 역시 티브이였다. 그녀의 현실을 파괴한 것은 마약중독이지만, 마약중독은 티브이에서 기인할뿐이다. 티브이가, 그녀 삶의 연출자이다.
그러나 중독으로 가속화시키며 현실을 부식시키는 기제는 중독 그 자체가 아니라, 희망으로서의 꿈이다. 물론 그 꿈은 엄마 사라에겐 티브이가 준 거짓환상의 가짜 꿈이고, 아들 해리에겐 여자친구 마리온에서 유도된 의상실 경영이라는 급조된 꿈이지만, 사라와 해리는 가짜 꿈과 급조된 꿈을 위해 중독으로 휩쓸려 간다.
이제 그들의 삶은 추락과 퇴락과 전락의 제어할 수 없는 하강으로의 비행으로 치닫고, 의식불가능한 중독의 삶 자체가 그들 각각의 레퀴엠으로 울려퍼진다.
레퀴엠이 돼버린 삶. 레퀴엠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꿈이란 대체 무엇인가? 고작 가짜 꿈과 급조된 꿈?
꿈은 불가능한 것도 부재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인식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꿈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꿈 자체의 부재가 아닌 꿈에 대한 감각이 부재, 인식의 불가능. 기껏해야 가짜 꿈과 급조된 꿈으로 중독의 거짓환상을 그린다.
거짓환상으로의 손쉬운 도피가 아니라 아찔거리고 휘청거리면서도 장님에, 귀머거리에, 벙어리의 손길로 한없이 더듬거리야 하지 않을까?
잃어버린 어쩌면 잊어버린 꿈에 대한 감각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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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월드에서 '라울세르베'작품 모음이라는 글과 영상을 보다가 작품해설자의 아이디가 낮익어서 생각해 보니 푸와족 사람이라는게 생각나서 와봅니다.
작품해설자의 아이디가 바로 '광물업자44'님 이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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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세르베, 밤의 나비들....훗! 요 며칠전에야 어떻게하다 우연히 라울 세르베의 작품들이 이너넷에 꽤 널리 퍼져있는 걸 알았답니다. 아 글쎄 한가닥 놀랠꺼리두 아닌데 괜히 혼자 덜컥했더랬죠. 사실 좀 기묘한 기분이기두 했구요. 일년도 훨씬 더 전에 어쩌다 라울 세르베의 작품을 이너넷에서 참혹스러울 정도의 화질로 주워 푸와에 올렸거든요. 그후 여차저차 말들이 오가다 누가 디비디를 공수해다 주고 그걸 하나하나 길손님이 파일로 옮기고 그걸 푸와랑 길손님 홈에 걸어놨던건데, 그게 소리소문없이 퍼져나갔나봅니다. 갠적으로 좀 갸우뚱했던건, 출처를 거의 대부분 싸이의 누구님 홈이라고 밝히고들 있어서...뭐 원래 이너넷의 속성이란게 그른것이기두 하지만요.
근데, 광이라믄 히카리 광이 아니던가요? 쓰읍~ 쓰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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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꿈 </b>
<img src="http://ospecial.x-y.net/image/andrew6.jpg">
<font color=d2b48c size=2 face=돋움>
그림: Andrew Wyeth
요즘은 눈 떠있는 시간이 눈을 감는 시간보다
더 적은 것 같습니다.
그냥 자울 자울합니다.
자면서도 잠을 자고 있다는 생각이 안듭니다.
너무 일상의 느낌 그대로라서 놀랄때가 많습니다.
잠자는 시간은 긴데도 잠을 못자서 걱정이라는
생각속에서 잠을 잡니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꿈속이 현실일까?
아님 현실이 사실은 꿈일까?
나는 어디서 살고 있나?
요즘은 정말 헷갈립니다.
사사님의 글하곤 내용이 다른데 갑자기 꿈이란 단어를 보는 순간 쓸데없이 주절거려 봤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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