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고통스러운 것은 그 깊이와 혹(肉瘤)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 상처의 오램 탓이다.
- 카프카
모든 유년시절은 상처다. 상처없이 유년시절을 통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장이란 끝없이 계속되는 상실의 여정이고 또 한번의 죽음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살면서 한번은 죽어야 한다고, 그 시기가 너무 늦게 오면 다시 살아갈 힘을 내기에는 이미 늦어버린다고, 절망에 빠진 아들을 묵묵히 위로하던 데 시카 영화(<핀치-콘티니의 정원>) 속 아버지의 말처럼. 그러나 이 한번의 죽음을 너무 일찍 통과해야 했던 사람들이 있다, 묵묵히 위로해줄 어떤 아버지도 없이, 온전히 홀로 맞서. 제목 그대로 <독립적인 삶>은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삶의 조건이었다. 너무 일찍 이 한번의 죽음을 맞은 소녀와 소년은 어떻게 다시 살아갈 힘을 낼 수 있을까? "어떻게 희망을 가지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는데"(포크너).....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눈오는 날의 왈츠>의 원제는 <독립적인 삶 (러:Samostoyatelnaya zhizn, 영:an independent life)>, 전후 가난하고 비정한 시대를 살아야했던 감독 비탈리 카네프스키의 상처투성이 유년의 기억에 관한 영화이다. 눈이 아플 정도로 어둠침침한 화면들, 무겁게 내려앉은 안개에 뿌옇게 묻힌 인물들, 시간적 지속성이 불가능한 단절된 영상들은 기억의 기본 속성이기도 하다.
사람은 세월을 살아내면서 더 단련되고 단단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감당해내기 어려워지는게 아닐까. 그 어쩔수없는 곤란함을 발바닥에 배긴 굳은살같은 무감각 아래로 회피해 버리는 게 아닐까. <눈오는 날의 왈츠>와 같은 영화들을 보는게 너무 괴롭고 힘들어서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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