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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백수가 꿈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절실했으면..[백수의 꿈]이라는 글도 썻을까요
암튼..내 형편상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던 백수의 꿈이
대충이라도 이루어지고 보니 감회가 새삼스럽습니다
별것도 아닌 것을..그땐 이런 저런 핑계거리도 많이..
왜 그리도 어려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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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수의 아침
월요일 아침..
침대에 까지 기어들어온 햇살 한가닥이
아무렇게나 구겨져 있던 날 흔들어 깨운다
토욜부터 낚시로 밤을 꼬박 새운 피로감에다
일욜 저녁 몇년만에 만난 친구와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 들어온 알콜 기운까지 겹쳐
모처럼 세상 모르게 푹 잤나보다
냉장고에서 차가운 생수 한병 꺼내어
병째로 벌컥벌컥 마시고는
시계를 들여다보니 벌써 9시
거실의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아서는
창밖의 하늘 한번 올려다 볼 겨를 없이
노트북 부터 부팅한다
주말 미국의 초대형 허리케인 소식에
유가가 드디어 배럴당 70불을 넘어서서
또 한번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주가는 아침부터 폭락 중..
8월 중순 이후의 하락세 지속
이쯤되면 머니게임의 전쟁터는
이미 피바다다..ㅡ.ㅡ
근데..
시장에 곡소리가 나건 말건
난 요즘 휴가 중이다
백수 주제에..ㅎㅎ
백수 5개월차
기러기 3년차
내 그리 짧지 않은 인생에서
최근 3년 특히,
요즈음의 몇달은
그야말로 ‘Strange Days’다
남들은 하시라도 짤릴까봐
회사 눈치보기에 전전긍긍한다는
소위 '불혹의 나이' 40대에
툭하면 사표 던지는 똥배짱에다
유학 핑게로 가족도 멀리 떠나 보내고
그동안 처절하게 염원하던 짓거리들
마구마구 저지르며 사고치다가
그것마저 마음대로 안될라 치면
심산유곡이나 한적한 섬으로 짱박혀
세상과 인연 끊고 한동안 잠수를 탄다
미친 놈이 따로 없다
소위 기러기족이 되기 전까지는
우유부단 소심남의 전형이었고
그저 회사와 일 밖에 몰랐던
평범한 샐러리맨이었기 때문이다
글쎄..??
얼핏보면 엄청나게 팔자 좋은
철없이 미친놈 같기도 하지만
정작 본인은 꿈인지 생시인지
똥오줌 못가리는 '낮선 나날들'..
뒤늦게 세상의 온갖 유혹 모조리 받아들인
늙은 철딱서니로 거듭나자는 것인지..
이 참에 해탈하여
아예 속세를 등지자는 것인지..
2. 소리마치를 만나다
처음 백수를 꿈꾸기 시작한 것은
IMF 환란 직후 무력감의 공황상태에서
회사 지하 영풍문고에서 무라카미 류의
Strange Days를 만나게 되면서였다
오로지 회사일과 집밖에 몰랐던
43살의 소리마치가 어느날 갑자기
회사도 때려치고 가족과 헤어지고
잃어버린 자아찾기에 돌입한다는
그 진부하고 지루한 스토리가
왜 내 살갛에 촌충처럼 박혀서는
내 잠재의식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소리마치를 닮아가고 있었는지..
난..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
[백수의 꿈]..
2001년 9/11 테러로 인한 주가 폭락으로
회사돈 수백억 깨어먹고 한참 힘들어할 때..
이 놈의 웬수같은 펀드매니저라는 직업
한시라도 빨리 때려치고 싶어 썻던 글이다
아마도 본격적으로 백수프로젝트에 착수한 건
이 글을 쓰고 난 이후부터 일게다
그리고 몇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진짜백수로 다시 읽는 백수의 꿈
ㅎㅎ..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나보다
맨날 죽네 사네 낑낑거렸어도
그 동안 하나,둘씩의 실천으로
지금은 대부분 현실이 되었다
그때는 그야말로 꿈이었는데..^^;;
우선..백수의 사전엔 아침 기상시간이라는 것이 없다
어젯밤 친구와 술 마시느라 새벽에 들어왔건..
스카이라이프 영화채널을 부둥켜 안고 밤을 꼬박 세웠건..
출근시간 신경 쓸것 없이..자고 싶은 만큼 푹 잔다
그래야..고달픈(?) 백수생활을 오래 견딜수 있댄다
20년 가까운 월급쟁이 직장생활 동안의 수면 부족으로
쌓였던 온갖 스트레스 때문에 무슨 호르몬이 분비되어
스트레스 뱃살이 디룩디룩 쪘었다는데
난 지금..하루가 다르게..날씬해지는 중이다
이대로 가면..올 연말쯤에는 몇년전
미국에서 장기근무하다 돌아올 때 입었던
32인치 Calvin Klein 청바지를 다시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침 느즈막하게 일어나
다들 출근하고 없는 한적한 공원 산책로를
혼자서 조깅을 한다..
백수가 좋긴 좋군..^^
한 30분 뛰었을까..?
약간의 땀을 닦으며 시계를 본다
10시다
핸폰으로 주식시세를 체크한다
헉..!! 아침부터 폭락세다
이런 이런..!! 엊그저께부터
미국시장이 심상치 않더라니..
내 그럴줄 알았다니깐..
짜식들..고생께나 하겠군
어쨋거나..내 알바 아니지
ㅎㅎ..무주식 상팔자라고
요즘..주식시장이랑 인연을 끊으니
인생이 무지개빛이다
세상걱정이 없다
진작..이렇게 살껄..ㅋㅋ..
아침 겸 점심먹고 학원 갈 시간이다
지금은 일본어 회화 기초과정 공부중이다
중급까지만 터득하고 나면
내가 팬클럽 회원으로 있는
무라까미 류와 술 한잔하러 토쿄에 갈 작정이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루어질 거라고
꿈을 꾸고 있다
류와 할 이야기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그 양반이 그렇게 충분한 시간을 내어 줄지가 걱정이고
어쨋든..나는 이 참에 그와 친구가 될 작정이다
그리고..시간나면..중국어도 공부할 생각인데
지금으로선..엄두가 안난다
너무 바쁘다..-.-
오후엔.. 압구정동 백수클럽에 나가서
선물옵션 트레이딩 웹싸이트 만드는 작업에 나가봐야 한다
옵션 전공 펀드매니저 친구 몇명이랑 작업을 진행중인데
금년 연말 쯤 이 인터넷싸이트가 완성이 되면
내년부터는 백수인 내 생활비 정도는 충분히 나온댄다
나는 여기에 선물옵션 매니저로 그동안 쌓아왔던
노하우인 트레이딩 전략을 소개하고 이해시키는 일이다
일종의 재테크 교육사업인 셈인데..
건전한 백수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주5일..하루 두,세시간 정도는 투자를 해야 한다
그리도..내가 직접 선수로 뛰는 것 보다는
옆에서 훈수하는게 훨씬 잘 보이고 쉽다
스트레스 안 받으니깐..재미도 있고..^^
어느덧 오후 4시..
오후의 나른함을 달래기엔..같이 놀아줄 친구가 없다
근처의 올림픽 콜로세움이란 헬스클럽으로 달려간다
여기는..골프렛슨과 바디빌딩..싸우나 등으로
애매한 시간을 떼우는데는 적격이다
여섯시부터는 주 3회 수업 받는 칵테일 학원에 가야 한다
3개월 과정인데..이 과정이 끝나면 요리학원까지 다녀볼 생각이다
친한 주변 사람들한테..맛있는 술과 음식을 내가 직접 만들어
대접한다는 것이 이렇게 신나는 일인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덕분에 난..왕년의 인기를 되찾은 기분이다
저녁 약속이나 밤의 스케쥴이 없는 날이면
혼자 영화보는 일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한동안 메가박스에서 주말 조조영화를 보았었지만
요즘은 집에서 120인치 화면의 스크린으로
DVD 영화를 보는 날이 많아졌다.
게을러져서인지..나이가 들어서인지..
혼자 영화를 본다는 벌쭘함 보다는
푹신한 1인용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영화보기에
내 몸이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밤 시간의 스케쥴은 요일마다 다르다
수요일 저녁에는 도예공방에 나가고
목요일 저녁엔 주식클럽 멤버들의 모임이 있고
금요일 밤에는 동작대교 아래 카오디오 동호회
멤버들이랑 오디오 튜닝하는 즐거움으로 밤을 지샌다
월요일과 화요일 저녁은 친구나 좋은 사람과의 만남시간으로
비워 두었다..주로 술마시는 일이긴 하지만..
이젠..주말만 남았다
어떤 기러기 백수들은
주말이 지옥이라고들 하지만
난..여전히 바쁘다
골프 치자는 친구들이 많지만
난 골프보다는 사진촬영이 더 좋다
토요일 당일치기도 있고 1박2일 짜리도 많다
덕분에 그 동안 녹슬다시피 하던
카메라 기자재들이 살판이 났다
사진촬영을 많이 나가다 보니
편집작업도 덩달아 늘어 났는데
예전의 포토샵으로 작업하던 수준으로는 부족해
컴퓨터그래픽 학원을 다닐 생각을 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짬이 안난다
mica형 우포늪, 주산지 간다는 말에 결국 저도 친구 만나러 보길도 갔다왔습니다. 거기서 글쓰고 사는 친구 만났더니 이젠 섬에 사는 일도 힘들어 올 연말에 육지로 나온다는군요. 보길도 거의 마지막으로 보고 온 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세연정 사진 몇 컷 찍었는데 슬라이드라 올릴 제주가 없습니다.
중국 갔다오시면 서울 가는 길에 한 번 뵙지요.
건강히 다녀오시길...
돌미나리님..
결국..내가 여행 뽐뿌질을 하고 다닌 셈이었나요..??
말로만 듣던 무릉도원은..무사히 잘 다녀왔답니다
무릉도원에 발을 한번 담그면..
그날로 신선이 될 자격을 갖추게 된다는데..
이제부턴 신선을 벤치마킹하며 살아볼까 합니당..^^;;
이번 중국여행 사진은 너무 많아서리..
이거 정리하려면 한참 걸리겠네요
보길도..
한때는 그 섬이 내겐 환상과 동경의 섬이었는데..
누드 사진 작가들이 거기 많이 들어가더라구요
친구분 나오기 전에 보길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