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푸와족(poowa)의 세상입니다....among here


Title :  앙리 쿠에코 <감자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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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2006-06-26 00:24:20, Hit : 858 
















    Elina







           감자군단에 막연한 불안이 감돌고 있다.
           그것들은 고리 바구니를 묵직하게 짓누르며 책상위에 들러붙어 있다.
           양탄자를 푹 패이게 하고 있다.
           감자들은 초췌해 보임다.
           오늘아침, 감자들에게는 세상이 다 헛되게 보인다.
           그래도 날씨는 화창하다. 천장을 통해 햇볕이 쏟아져 내린다.
           은은한 햇살, 휴가철 남불의 아침처럼서글픈 햇살.
           벌써 팔월인 것 같다.
           팔월엔 하늘이 우쭐대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진짜 햇살이 내리쬐게 하지도 않는다.
           하늘도 관광객 행새를 하는 것이다.
           드높고 드넓은 하늘,꼬치구이 하듯 일광욕하고 있는 관광객들의
           등짝에 물집내기 딱 좋은 하늘.
           내 감자들은 의기소침해 있다. 우울증에다 변비증세까지 있다.
           그것들은 늘 변 문제로 고생을 하며 치질에 걸려있다.
           엉덩이가 짓물러서 누렇게 뜨고 있다.











    Evening Gesture







           회색 암고양이가 아직 새끼였던 시절, 난 그놈에게 반해서 먹이를
           가져다 주곤 했다.
           그 놈은 초록색 노랑색 벽돌색 별모양의 바삭바삭한 먹이만 보면
           사족을 못썼다.
           그래서 먹이가 든 금속상자를 마라카스(*흔들어서 소리를 내는
           중남미의 리듬악기) 처럼 흔들어대는 소리만 나면 그놈은 정원 한 구석
           에서부터 쪼르르 달려오곤 했다.
           난 힘들이지 않고 마라카스 소리로 그놈을 길들일 수 있었다.
           나도 점점 길이 들어서 고양이가 보이기만 하면 먹이를 주려고
           먹이 상자에 덤벼든다.
           이제 나는 고양이의 출현에 자동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불쌍한 파블로브가 자기 개한테 그랬듯이.
           말년에 파블로브는 그 늙은 메도르가 조금만 침을 흘려도
           먹이 그릇을 들고 달려 갔다고 한다.
           "자! 먹어, 메도르, 잠깐, 잠깐만." 고양이는 나한테 조건반사를 전이
           하는데 성공했다.  
        











    Morning Pose





            대형 화폭 위에 감자들이 하나씩 그려져 감에 따라 나는 그것들을
            붉은 십자 표시로 지워 버린다.
            대영 박물관에서 제임스조이스의 친필 원고를 본 적이 있다.
            펼쳐져 있는 두페이지 모두 각 장이며 각 문장이 붉은 줄로 지워져 있었다.
            각 문단도 마찬가지였다
            내 삶의 조각들, 끊임없이 기억나는 그 이야기들을 줄그어 지우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이야기들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때그때 '이야기 하기 괜찮은
            이야기들'로 엮어져 간다.그러나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이 참말-거짓말 일기가 시간을 정화하게 될까?
            보통의 시간에 좋은 시간을 더하게 될까?

        












    Poetic Memory






           정원사가 와서 화포를 틀에 끼우는 걸 도와 주었다
           그는 화포를 제대로 잘 잡아 당기지 못했고그래서 화포 하나가
           울툭불툭해졌다.
           그는 나더러 그 위에다가 입체감 있는 감자 그림을 그리라고 했다.
           농담 삼아 한 말이었지만( 말해놓고 그는 웃어 버렸다),
           라스코 동굴 벽화를 보면 원시 화가들이 동물의 움직임에 생동감을
           주기위해 동굴 벽의 튀어나온 면을 이용했음을 알 수 있다.

        












    Poetic Moments






           *앙리 쿠에코*

           1929년 프랑스 중부 위제르슈지방 출생
           신구상주의 화풍에 속함
           말라씨 미술협동조합 창립회원
           <감자일기>....1988년에서 1991년까지 그가 아틀리에에서
                         감자를 관찰하고 그리면서 쓴 일기




            


            
            그림...Gholam Yunessi
            












  겨울 2006-06-27 14:17:31      
몇년전에 책을 읽고 메모해 놓았던 글인데 다시 꺼내서 읽어보았어요
감자에 대해 친근하게 쓴 건조한 글들이 맘에 들어서요 ㅎㅎ

지웠던 것들을 다시 기억에서 되살리는 일을 하려하고 있어요
좋았든 아니든 그것도 나의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그렇게 해서 깨끗이 정리를 다시 해서 기억의 창고에 넣어두거나
다시 잊어버리거나 하려구요..

이제는 어쩔수 없이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하게 되었지요
바라던 일이고 좋아하는 일이고 감사한 일이지요..
  루나 2006-06-27 20:55:46      
전 몇일 전 이 곳에 들렸다가 오해를 했답니다.
겨울님과.. 겨울아이님은.. 부부일거라는..
아리아님께 그 얘기를 드렸더니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하하하. 웃어 넘겨 주시어요.

감자일기..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요새 버스에서도 멀미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내공(?)을 터득하여
출,퇴근 틈틈히 독서를 즐기는 중이거든요.

이곳은 좋은 음악이 참 많네요. 실컷 음악속에 파묻혀 있다 갑니다요..
  여주 2006-06-28 05:24:48      
으아~~~
새벽에 들으니 음악 너무 좋아요~~~~
아.....아침이넹.....날이 밝아오네요.....
오늘은 너무 일찍 일어나서요.....
근데.....또 자야겠어요....ㅎㅎ

루나님....
겨울님과 겨울아이가 부부......ㅍㅎㅎㅎㅎ
아...너무 웃겨서....
사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ㅎㅎ

근데.음악 너무조아요....
  겨울 2006-06-28 16:58:24      
ㅍㅎㅎㅎㅎ,,,,
여주님 처럼 웃어요 ^^*
하긴 푸와에도 그렇게 이름을 쓰는 분들이 있기는 해요
몽환님과 몽#님^^ 저는 이름으로 변덕부리는 부류에 속하고요 ㅎㅎ
차에서 읽기엔 정말 딱 인거 같애요~
저도 가끔씩은 차로 한두시간 걸리는 곳을 가자면 내릴때 까지 책을
한권 다 읽기도 하는데 , 그러면 여행의 목적과는 상관 없이 부듯해하죠 ^^
어쩌면 루나님 취향이 아닐수도 있지만, 더러는 반대되는 성향의 책도 읽으면 좋아요
루나님도 좋은 책 있으면 소개해 주시구요~

여주님 새벽까정 모했으요!
저는 요즘 바느질 하느라 가끔 날이 훤하도록 앉아 있기도 하지만요~
지금도 몽롱한 채로 앉아 있어요^^
이노래는 여러 사람들이 리메이크 했는데, 이름은 누구인지 신경을 안썼어요
대개가 괜찮거든요 ㅎㅎ
제가 쫌 마음이 머시기 할때 듣는 곡이예요 ㅎㅎ
don't let me be misundersood,,,,
  aria 2006-06-29 10:02:01      
감자에 대한 성찰.
오늘 저녁엔 감자볶음 해먹어야겠다.
모시로 늦게까지 바느질하는 겨울님의 모습.
정말 아름다울거 같아...
  솜다리 2006-06-30 12:49:05      
엉덩이가 짓물러서 누렇게 뜨고 있다...감자를 의인화한 표현이 재밌네요...
그림도 멋지구요....
이렇게 의도하지 않은 글을 읽는 수확도 또한 즐거움이지요...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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