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푸와족(poowa)의 세상입니다....among here


Title :  비워지는 것들의 저 매혹적인 형벌
Name :
 配軋 2005-10-17 14:12:43, Hit : 558 












                                     간혹 내가 이것이 저것보다 더 낫다고 당신에게 말할 때
                                     당신이 만약 사람이라면 화를 벌컥 내며, 이제 막 벼베러 나가려고
                                     잘 벼루어 놓은 마굿간 옆 시퍼런 낫이라도 한 자루 들고서
                                     눈에 불이라도 켜고 그 생각의 대가리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내게 닥달을 해야 옳은 사람일 것이다.




                                     한 가지를 소유하고자 한다면, 다른 한 가지를 그 전에 포기하고
                                     난 후 소유해야 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 이전의 사실일 뿐,
                                     입바른 자들이 얊은 한 거풀의 생각으로 지껄이는 가상의 공간
                                     내에서라면 모를까, 현실에서 양측의 공립을 꿈꾸는 일은
                                     전쟁을 꿈꾸는 것 보다 더 위험한 일임을, 빙충맞은 우리의
                                     역사가 이미 수없이 그것이 정녕 그러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것이 저것보다 더 나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말은 어디에서 주워들은 소리냐? 당연히 바깥쪽 어디 제대로 된
                                     여러 정보를 종합했다는 투로 말하겠지만, 정확히 그것은
                                     그러한 혼재되어 아무 결론이 없는 정보로 자기합리화를 끝낸
                                     당신 자신의 마음 속에서 주워들었을 것이다. 이것은 아니라고
                                     부정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다름이 아니라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에게 분명한 형벌이기 때문이다.




                                     이것에서 저것으로 바꾸는 순간, 그것의 물성은, 당신은 심사숙고해서
                                     그것을 결정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자세히 보면 당신은 당신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무심無心의 순간에서 문득 有心의 순간, 즉
                                     선택의 순간으로 옮겨 온 것이지, 어떤 합당한 단계를 거쳐
                                     그리로 옮겨가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당신은 그 유희에 스스로 빠져 들고, 덧없는
                                     그 속에서 결국 가 보면 거기엔 있지도 않은 하나의 절대성을
                                     당신은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당신의 평심平心이라고 하는 것은
                                     침묵하거나 무시해 버리기는커녕, 바깥의 조건이 어떤 것인지를
                                     불문에 붙이고, 당신 자신의 마음 속에서 어떤 갈등을
                                     끊임없이 생성시키고 있는데 말이다.




                                     자신이 택도 아닌 어떤 물질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좋아하는 상표가 다른 두 개의 어떤 물질 중에서
                                     딱히 하나 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가혹한 일인가?
                                     그렇지 않다. 가장 좋은 것이라고 해서 가장 비싼 것일
                                     이유도 없고, 가장 좋지 못한 것이 다만 좋은 것과 다르다는
                                     이유로 해서 커다란 몫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의미 없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도 없고, 그렇다고 가장 좋지 않은 것도 있을
                                     이유가 없다. 이런 때에 어디서 좋은 것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때에 또 다른 어디에 좋은 것이 있으므로, 그러므로
                                     내가 알기에 이 세상에는 온전한 것이란 애당초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단 이 세상에 들어온 이상, 이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이상, 우리는 가장 교활한
                                     악마의 유혹을 받게 된다. 이렇게 멋지게 살아 있는데,
                                     어째서 멋지게 살려고 하지를 않는 거지? 어째서 가장 좋은 것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 거지? 라고 우리의 귓가에서 속살거리는
                                     그 악마의 유혹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와 여행도 떠나고
                                     산천경개 유람도 하고, 사랑도 하고....




                                     이제 막 욕망이 채워지려는 그런 시간까지의 순간들이란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물론 채워진 순간 그것은 세상에
                                     더할 나위 없이 추악한 것으로 밝혀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모든 것이 그렇게 비워져 버린다는 매혹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한 발을 들고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그런 놀이도 그렇다.
                                     그런 놀이를 할 때 우리의 머리 속에는 두려움과 매혹이 뒤섞인다.
                                     앞서 나가기도 하고 동시에 피해 달아나기도 한다.




                                     제 자리에 그대로 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영원히 되풀이되는 이런 부류의 움직임은 반드시
                                     그 댓가를 치루어야 하는 어떤 날이 오리라.
                                     말없이 다가서는 어떤 풍경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욕망이 스스로 입을 다물어 버리게 될...




                                     그 자리엔 홀연히 비어있음이 충만하게 되어있음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면, 그것은 오로지
                                     아무리 바둥거려도 사람일 뿐인 우리가, 그와 같이 신적神的인
                                     순간에 이르려고 했던 어렵고 힘든, 그런 헛된 노력이 있었을 뿐,




                                     내가 어렸을 적에 땅에 반듯이 누워서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을 바라보느라고 너무나도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그것은 지금 나에게 무엇으로 남았을 것 같은가?




                                     그렇게 바라보았던 저 눈 시리게 청명한 하늘에 대한 기억 때문에
                                     나는 아직 이 나이 들도록 세상의 이 부조리와 불합리에
                                     아직도 큰 눈 뜨고 똑바로 쳐다보며 응대하지 못하는
                                     나쁜 버릇이 있을 뿐이다.









                                     音 :  Improvisation Sur Les Folies d'Espagne














 
     


89  정님이와 번현저수지에서  配軋 2005/10/01 852
88  개미귀신 자장가  配軋 2005/09/30 707
87  혁명처럼, 또는 전쟁처럼 신나는 일이 어디 있을까  配軋 2005/09/29 734
86  [TEMP] 고착적인 똥  配軋 2005/09/07 674
85  [TEMP] 울지 마세요 하느님  配軋 2005/09/04 609
84  [TEMP] 눈물 보이면 끝이야  配軋 2005/11/02 675
83  용서하지 못할 것을 용서하기 위하여  配軋 2005/10/27 824
82  그 강변의 모래톱에서  配軋 2005/10/23 635
81  [TEMP] 산 나무가 죽은 나무를 기르기  配軋 2005/10/21 659
 비워지는 것들의 저 매혹적인 형벌  配軋 2005/10/17 558
79  [TEMP] 막내가 밉다 [1]  配軋 2005/10/14 598
78  장칠개처럼 [2]  配軋 2005/10/08 653
77  고로쇠나무와 우리들의 이 가공할 친화력에 대하여  配軋 2005/10/05 588
76  [TEMP] 그런 들꽃은 세상에 없다  配軋 2005/10/03 658
75  또 재활용될 사랑을 기다리면서  配軋 2005/10/14 635

       1 [2][3][4][5][6]
 
 
Copyright 1999-2021 Zero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