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푸와족(poowa)의 세상입니다....among here


Title :  그 강변의 모래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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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配軋 2005-10-23 10:04:46, Hit : 634 












                                             그  뜨겁던 한해의 여름을 또 걸어서 지나면서
                                             해거름에 뒤를 돌아다보았지만
                                             거긴 다 타버려 발자국 한 점 남지 않은 모래톱만
                                             아득하게 펼쳐져 있었다. 문득 곁에 있던 누가
                                             여태 머리에 잘 두르고 있던 그 수의壽衣를
                                             하필이면 이 가을 초입에 와서는 면사포로 바꾸어 쓰고
                                             내가 번히 보는 앞에서 저 오욕의 강물 속으로
                                             천천히 걸어서 머리 꼭대기를 잠기며 들어가 버렸지만



                                             그러나 한 때 배내옷이었을 저 수의壽衣는
                                             지나치게 자기 자신의 세계 속에 깊이 파묻혀 있어서
                                             제 자신도 그 만큼 깊은 강물에 잠기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로되, 나도 점진적인 저 잠김 현상을
                                             사는 데 더없는 큰 즐거움으로 삼고 있었으므로



                                             무한에 대한 나의 그러한 해묵은 동경은
                                             여전히 무엇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마치 무無에 대한
                                             그런 애틋한 감정으로, 한 사람이 내 기억 속이라든가
                                             현실 양측에서 한꺼번에 그리고 동시에
                                             사라지는 그 화아한 무념과 무상의 현현을
                                             기뻐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재간은 없었으리라



                                             거기에는 거의 완전한 무심함이, 맑고 깨끗한 무감각이
                                             눈을 뜨고 있긴 했지만 아직 잠들어 있는
                                             한 생명의 씨앗 같은 상태를 유지한 채, 나는 날마다
                                             그 강물 옆으로 끝없이 펼쳐진 우울한 저 초록 평원을
                                             만년이 지나도 결코 씨앗 한 톨 싹트지 않을
                                             거칠고 메마른 모래톱 위를 아무 생각 없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달려갔다 달려오곤 하였다



                                             한 이틀 줄곧 내린 비에 영혼까지 흠뻑 젖은 나는
                                             종종 그 거친 물결에 실려 나도 저 강물 앞으로
                                             나아가 나를 저 물속에 밀어 넣을 수 있다고 생각을 했으나
                                             그러나 밀려올 때 좀 거친듯한 그 물결은
                                             왔다가 다시 저 멀리 사라질 때는 기껏 나를
                                             적시기는 했을지라도, 거기에선 결국 왔던 자리에
                                             모래톱과 함께 버려진 내가 있었을 뿐
                                             떠나간 나는 단 한 번도 내게 발견되지 않았다



                                             누가 왔다가 누가 떠나갔다는 그 일을
                                             나는 끝끝내 믿을 수 없을 것이다, 다시 오지 않거나
                                             다시 이야기되지 않는 것은 내 곁에 숱하게 있을지라도
                                             아직 어느 조그만 것 하나라도 온전하게
                                             떠난 것으로 귀착된 경우는 내게 없었으므로
                                             나는 아직 이별을 본 적이 없는 셈이려니와, 더군다나
                                             보았다 해도 순간적인 눈속임을 내가 알아챌 만큼
                                             내가 이 세상에 밀착해 살고 있지는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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