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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  정님이와 번현저수지에서
Name :
 配軋 2005-10-01 17:03:14, Hit : 852 
















 

 







번현리. 그 해 가을 된바람 사나흘 북창을 때리고
그 다음날 웬일인가 뜨악하게 조용하여
누가 혹시 우리 집 마당을 들어서는가 싶어
아주 가늘게 삐꺽이는 소담한 낡은 마루를 꿈처럼 내려가
햇살 고요한 뜰에 서 보면




거기엔 늘 아무도 없고
무슨 일인지 어제 밤이란 것은
왜 늘 어제 낮과 싸우는가 곰곰이 생각하는
나만 그 근처에 서 있었다.




함초롬한 사립문 밀고 나가
동리를 벗어나면, 정님이가 좋아하던 땅ㅡ
여기는 야 하루 해가 하루종일 있어 라며
신기해 하던 양지뜰이 보이고




옆으로 끼고 돌아 꽃향유 샐쭉 핀 솔산을 지나면
바위솔 동그마니 피어 앉아있는 질골 입구ㅡ
아이들과 늘 앉았던 그 공터 바위에
나는 나도 모르게 앉아지곤 하였다.




몇 년 전 봄 어디 베어링 공장으로 취직 나갔다가
석 달도 못되어 사고로 죽은 정식이라든가
작년에 대처 어디 식모살이 나갔다가 행방불명된
순남이 얼굴을 그려보았지만
더 이상 생각나지 않았고,




어쩔 수가 없었다.
오는 길에 나는 납작 편편한 돌들을 스무나문개 주워
주머니에 넣고 번현저수지로 가서
저수지 물위를 그 돌로 가로 쳐서 담방담방 뛰어가게 하며
물수제비뜨고 나 혼자 놀았다.




조금 쓸쓸하기는 하였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그나마 그 해 여름 같이 번현저수지에서 수영하다가
빠져죽은 정님이 얼굴은 대체적으로 그 때까지 아직
뚜렷했으며, 그리고 어둑한 산 그림자 지는 어스름까지
내가 물수제비뜨는 것을 정님이가 옆에서
지켜보아 주며 좋아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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