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푸와족(poowa)의 세상입니다....among here


Title :  2003년 6월의 여행
Name :
 프리 2006-06-08 23:56:44, Hit : 835 



이곳에 다녀왔어..



조그만 시골 분교 터야..
그 시골이 어딘줄 알아?
자동차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고 또 달리고…
그러다 보면 반도 끝에 붙어있는 또 다른 반도에 들어서게 되..
그 반도에서도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아주 작은 포구마을 아이들이
꿈을 심었던 곳이야....

그 곳에 꿈을 일구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어..


그림을 그리는 아빠..


천연염색을 하는 엄마..



행복지수를 물어봤어..
두 사람 모두에게..

화가는 대답했어…
만족의 최고수치가 100 이라면 자기는 200점을 줄 수 있다고..

천연 염색가에게 같은 질문을 했지..
80쯤 된다더군…
행복하지 않은 20은 무엇때문이냐고 내쳐 물었어..
그녀는 욕심 때문이라고 말했어..
좋아서 시작한 염색 일인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만큼 욕심부려 일을 많이 벌려놓았다고..

그 말은 정말이지.. 너무나 커다란 울림이었어....
답답한 시골생활..
경제적인 어려움..
너무나 적막한 오지.. 등등의 대답을 상상하던 내게
허를 찌르는 대답이었거든..

그녀에게 100점짜리 만족감을 주지 못했던 것은
바로 그녀 자신의 욕심이라는 것…




조그만 언덕 너머에 있는 마을은
아주 아담하고 포근한 작은 포구였는데..
어찌나 이쁘고 고즈넉한지.. 그만 당장이라도 빈 집이 있다면
가서 살고 싶은 심정이었어..



여기에서 조각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어..
그렇게.. 아무 안전장치(이를테면 구명조끼 같은 거..) 없이
조각배의 바닥에 앉아 바다 위를 항해(!)해보는 건 처음이었나봐..



활개바위는 다소 은밀한 전설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화가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더군..
우리가 여성이라는 점이 조금 걸렸는지…
살짝 웃음이 나왔지만.. 들키지 않으려고 공연히 고개를 들어 바위 꼭대기를 바라보았어..


활개바위

금강죽봉 아래에는 조그만 동굴이 하나 있어..
그 안에는 맛이 너무 좋은 약수가 콸콸 흘러나오고 있었어..
참 오묘한 모양새로 생긴 그 약수가 나오는 동굴에..
들어갔었지..
발은 바닷물에 잠겨있고…
마시는 물은
금강죽봉에서 흘러내리는 신기한 약수이고…

그 동굴은 물이 들어올 때는 바다 속으로 잠긴다고 하더군..
우린 운이 좋았던 거야..




금강 죽봉


화가는 바다에 배를 띄우고
이 곳의 절경을 화폭에 담고 싶다고 했어…
문득
이젤이 세워진 조각배 하나가
바다 위에서 출렁거리는 그림이 머리 속에 그려지는 거야....
그리고..
꼭대기에 소나무 한그루 서 있는 저기 조그만 바위 위에서
술병하나 옆에 두고 먼 바다를 바라보는
내 모습도 함께 그려지고….
난.. 아마도..
그 넉넉한 미소를 가진 염색가에게 배운 솜씨로
직접 물들이고 바느질해서 만든 옷을 입고 있겠지?


남도 끝의 너른 바다를 가진 조그만 마을에 잠시 머물면서
나는 화가가 그린
그 표정이 압권인 저 그림을 완벽하게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었어…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
자연이 만들어낸 너무나 아름다운 바위와.. 물과 하늘의 조화..
점점이 흩어져있는 무인도에는 염소가 살고..

고개를 들어 더 먼 남쪽을 바라보는 순간
거긴…
하늘과 바다가 서로 마주보면서 긴 그리움을 만들고 있었어..


여기가 어디냐구? 꾹 눌러봐.. 바로 거기야…



그곳으로 가는 길에는 참으로 익숙한 지명들과 많이 만났어..
보성, 순천, 벌교….
소설 태백산맥을 떠올리고…
저 고즈넉한 남도의 벌판 어디에
그런 반란의 역동성이 숨어있었던 건지…

갑자기…
외서댁이.. 하대치가… 불쑥 나타나서 푸르디 푸른 죽창을
들이밀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또 한가지..…
고흥땅에는 코스모스가 만발해 있었어…
지금 유월 맞지?
아마도..
그 예쁜 코스모스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오는 줄 알았나 봐…
함께 했던 친구.. 역시 코스모스를 참 좋아한다고 했어..

일찌감치 피어나서…
활짝 웃는 표정으로 끊임없이 손을 흔드는 코스모스…


24시간을 함께 했던 친구..
안개가 휘감아도는 새벽의 고속도로에
우리 두사람뿐이었던 거… 오래오래 생각 날거야..
나…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거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정작
추억 여행이었던 자기의 감정을 맘껏 드러내지 못했던 친구에게
미안했어..
친구여.. 다음엔 내가 들을게…

자네와 함께 내렸던
삶에는 정답이 없다는 어설픈 결론...
이번 여행의 테마로 잡았어...
여행 다녀온 뒤에 생겨나는 여행의 테마...
그게.. 내 방식이야...




*******************************************************************************************************

그곳에 갔더랬습니다...
2세를 낳았다는 그 순둥이 강아지에게 함께 갔던 친구도 무척 호감을 보였던 거 같습니다..
두마리의 강아지를 보았던 거 같은데..
저는 왜 그 사진 속의 강아지가 떠오르지 않는건지.. ㅠ.ㅠ

위의 사진들은 도화헌과 고흥군 홈페이지에 있는 것들입니다..
미처 사진기를 준비하지 못해서..
제 가슴에 가득 담아왔기에..

위의 글은...
그저... 일기처럼 끄적거려놓았던 걸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따라서.. 반토막짜리가 되버렸는데..
그냥 용서해주시옵소서.. 요걸 또 여기 방갈로에다가 옮겨놓습니다..

도화헌님... 그리고... 김선생님... 잠깐 머물렀지만... 퍽이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여기.. 푸와에서 두분의 보금자리를 알았기에...
부끄럽지만.. 일기 하나 올려놓습니다...
누가 되지 않았기를.. 바라옵고...
담에 찾아뵐 때는
밤하늘 별을 보며 더 많은 이야기들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여주 2006-06-09 01:31:05      
프리님.....
조용히 들려주시는 이야기에,음악에
가슴이 뭉클해 지네요.

치자꽃,너른운동장,밤냄새,버드나무,들떠있던마음,이야기들,웃음들,

그냥 마냥 좋아요.
  루나 2006-06-09 13:14:49      
와... 라는 탄성이 절로.
카메라에 담아 온 모습과 전해들은 그 곳 분들의 이야기에도 이렇게 부러운데
실제로 보면 정말 눌러 앉고 싶겠네요..
  프리 2006-06-10 14:29:13      
건강한 젊음의 상징 "여주"양~!
보고파요..

루나님이 저 꿈의 나라와 만날 수 있기를요~!


이 글은
3년전 6월 어느날인가..
지금은 하늘나라로 가고 없는 친구와 함께 불쑥.. 일상을 떠났던 날의 기록입니다..
(두번째 게시판에 올렸던 글을 이곳으로 살짝 옮겨 놓았지요.. 마침 6월인지라.. )


저 글에 있는..
담엔 내가 그의 말을 들어주겟다는 약속을 지킬 새도 없이
그녀는 그만 가버렸답니다...

고흥 일대는 그녀와 먼저 가버린 그녀의 남편과의 추억이 곳곳에 묻어있던 곳이었습니다.
그녀의 추억 여행이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재회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걸까요?
.
.
.
.
.

암튼..
이젠 많이 편해진 맘으로 도화헌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시판에 보니 단장도 새로 하고...
또 어느날
훌쩍 그렇게...
그곳으로 여행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이번엔...
푸와 족 여러분과 함께 하기가 쉽상이지 싶은데..
맞지요?
  솜다리 2006-06-10 16:25:36      
다시 읽어도 너무 이쁜 글이야
그렇게 떠날수 있는... 멋진 곳이 있는 푸와인들은 창 좋켔다라는 생각을 해 보았어
나도 푸와인이잖아
음...그래서 나도 좋다구..

웬 반말이냐구? 그냥 따라해봤어...요 큭큭....

이쁜글 잘 읽었어요
  프리 2006-06-11 14:08:03      
후훗.. 솜다리님...
저요..
저 반토막체로 쓰는 거 디게 좋아해요....

잘 읽어보면 다소 촌스럽긴 해도..
무지 정겹거등요.. ^^
  도화헌 2006-06-16 00:27:01      
아~프리님
그날의 친구분 얼굴은 잘 기억해 낼 수 없지만
그때의 느낌은 새록새록 합니다.

요즘 부쩍 느슨해 져 가는 제 모습이 그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프리 2006-06-22 03:29:09      
그새 도화헌님 오셨다 가셨네요.. ^^

도화헌님 전시회를 손꼽아 기둘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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